아랍권 대다수 언론들, 이라크 총선 비하

  • 입력 2005년 1월 3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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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아랍권의 주요 신문들은 대부분 이라크 총선을 평가절하하는 사설이나 기사를 실었다. 표현도 ‘불구덩이로 가는 길’ 또는 ‘유권자의 얼굴에서 폭발할 부비트랩’ 등 험악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일부 신문들만 혼란 속에서 희망의 불빛이 보인다며 이라크 시아파의 득세를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일간 알 쿠즈 알 아라비는 사설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총선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지만 이 말은 이라크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라크 국민은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유혈 혼란 속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완전한 사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 알 자지라는 사설을 통해 “이라크는 미국인들이 억지로 밀어 넣은 불구덩이로 향하는 길이 됐다”며 “미국인들은 (이라크 총선이) 당초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알 바얀도 사설에서 “오늘날 이라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지뢰밭”이라며 “이 지뢰밭은 마술 같은 총선거로 제거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라크가 자유로운 독립국가가 되고 외국 군대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알제리 일간 리베르트는 “투표소는 많은 유권자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이라크 과도정부는 투표를 독려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란 일간 조무리에 이슬라미는 사설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점령군의 영향력 아래 치러지기 때문에 비현실적이고 관심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 영자지 테헤란 타임스는 “다수파 유권자를 토대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고 소수파도 투표를 통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이라크의 현 위기를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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