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과의 전쟁’ 나서나…부시행정부 잇단 강경발언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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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란과의 전쟁인가?

집권 2기에 들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이란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란이 미국의 다음 타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 발언들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군사공격하기 직전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 측이 쏟아냈던 발언들과 ‘수위’가 비슷한 것이어서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일 뿐 군사적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란 공격을 앞둔 사전징후?=부시 대통령은 17일 NBC 뉴스 회견에서 “이란이 핵무기 계획의 존재에 관해 국제사회의 접근을 계속 완강히 거부할 경우 어떤 선택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내정자(당시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가 2002년 2월 “위험한 나라가 위험한 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는 이달 18일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 등을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으로 규정했다. 이어,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20일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이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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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상의 차이는 있지만 이라크전쟁을 준비했던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이라크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던 언급과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는 셈. 이라크 문제를 두고 미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 추구 정권 제거→위험한 국가의 위험한 무기 보유 방지→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위협 종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부정적 표현의 수위를 높였다.

▽향후 전망 및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반응=전문가들은 미군 병력 15만 명이 묶여 있는 이라크 문제가 단시일 내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직접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의 언급은 미국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이란과의 전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이 섣불리 전면전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도움으로 공습하거나 특공대를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이나 핵심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것. 전면전을 준비할 때의 부담을 피하면서 이란 핵개발을 견제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인들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마 우드윈 유럽연합(EU) 대변인은 18일 부시 대통령의 군사행동 불사 언급과 관련해 “현재의 이란 정책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문건을 만들어 하원에 제출했다고 선데이타임스가 23일 전했다. 이라크전쟁 당시 유일한 지원 국가였던 영국마저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의 확산’이 과연 이란에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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