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부시 2기의 출범을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 4년간 미국이 9·11테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을 겪으면서 지구촌에 미친 심대한 영향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국익을 위해 행동했지만 세계 평화는 손상됐고 안정은 흔들렸다. 이라크전만 해도 개전(開戰)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가 펼칠 새 정책에는 세계적 차원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이 담겨야 마땅하다.
부시 대통령이 자유 확산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정부 형태를 원하지 않는 국가들에 강요하지 않겠다”며 공격적인 자세를 누그러뜨린 것은 긍정적이다. 미국이 국제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주의를 고수해 지구촌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힘의 사용을 절제하고 우방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시 2기의 대북정책도 같은 시각에서 수립되어야 옳다. 지금은 북한을 자극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한미 정부가 거듭 확인한 대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폭정 종식을 주장하면서 다행스럽게도 특정국을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의 ‘폭정의 거점 6개국’ 발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바람직한 해법은 부시 대통령이 다음 달 연두교서를 북핵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여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다수 한국민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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