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출마 여성후보들, 보수단체 테러위협에 시달려

  • 입력 2005년 1월 14일 18시 16분


“최대 관심은 당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죽지 않느냐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를 방문해 총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 20여 명을 만난 미국 하원 여성의원들은 그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선거 출마에 목숨을 걸었다는 참담한 이야기에 준비해 간 선거운동용 소품을 차마 꺼내 주지 못했다고 한다.

30일 실시되는 이라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한다.

각 정당은 후보의 3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해야 한다. 후보 명단은 비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후보들은 개인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후보라는 사실만으로도 후보 자신과 가족이 암살과 납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미 의원들은 전했다.

저항세력의 암살 납치는 남녀를 가리지 않지만 특히 여성 후보들은 일부 보수적 종교단체들의 테러 위협까지 받고 있다.

이미 여성 후보 1명이 지난해 12월 피살됐고 2명의 후보는 아들을 잃었다. 1명은 납치된 뒤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가족을 외국으로 피신시키는 여성 후보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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