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르포]외국인 보면 “초콜릿… 초콜릿”

  •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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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스리랑카 남부 해안도시 간다라 시내에서 국제구호단체 회원이 구호 물품을 나눠주기 위해 명단을 작성하자 이재민들이 먼저 이름을 올리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황진영기자
11일 오후 스리랑카 남부 해안도시 간다라 시내에서 국제구호단체 회원이 구호 물품을 나눠주기 위해 명단을 작성하자 이재민들이 먼저 이름을 올리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황진영기자
외국인을 태운 차가 멈추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눈망울이 큰 어린이, 잠든 아기를 업은 어머니, 등이 굽은 할머니까지….

맨발의 어린이는 승합차 문에 붙어 까치발을 한 채 오른손을 입으로 가져가 먹는 시늉을 했다. 아이는 서투른 영어발음으로 “초콜릿”을 외쳤다.

“노(No) 초콜릿”이라고 대답하자 이번에는 “머니(money), 머니”를 연발했다.

11일 오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220km 떨어진 해안도시 간다라 시내의 모습이다.

콜롬보에서 지진해일 피해지역인 남쪽으로 뻗은 왕복 2차로 갈 로드(Galle Road) 양쪽에는 구호물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무리지어 있었다.

국제구호단체는 정부 관료들이 구호품을 중간에서 가로챌까 우려해 이재민에게 직접 구호물품을 전달하지만 때로는 지나가는 길에 이재민이 있으면 임의로 나눠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호품은 이재민에게 골고루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 콜롬보에서 가까운 지역은 의료진과 구호품이 넘쳐나는 반면 피해가 더 많은 동남쪽 지역에서는 구호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10일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갈 시내에서 구호물품을 나눠주던 잔트러시리 씨(42)는 “구호단체가 직접 나눠 주다 보면 많이 받고 적게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구호품을 정부에 맡기면 모든 사람들이 적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콜롬보에서 동남쪽으로 240km 떨어진 함반토타에서 만난 스리엘라다 씨(41·여)는 인근 사찰에서 나눠 준 구호물품 2봉지를 들고 있었다. 2주일째 난민 캠프에서 생활 중인 그는 구호품을 받은 것이 두 번뿐이라고 했다.

이날 그가 받은 구호품은 호박 2개, 코코넛, 쌀, 털모자가 달린 유아용 겨울옷. 한낮 온도가 30도를 오르내리는데 겨울옷을 받은 이유를 묻자 “받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고 했다.

콜롬보 남쪽 210km 인구 2만 명인 탕골의 갈라파티 시장(50)은 “이재민을 도울 수 있는 예산은 없고, 정부에서도 내려온 게 없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집을 지을 땅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리랑카=황진영 기자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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