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해일]스리랑카 40대, 일가족 7명 잃고 눈물

  • 입력 2005년 1월 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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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해일로 가족 7명을 잃은 스리랑카의 어부 수닐산뜨씨. 그는 “가족이 없는 데 집을 다시 지어 무엇하느냐”며 한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진 해일로 가족 7명을 잃은 스리랑카의 어부 수닐산뜨씨. 그는 “가족이 없는 데 집을 다시 지어 무엇하느냐”며 한탄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다음달에 시집갈 딸이 해일에 휩쓸려 가는 걸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160km 떨어진 휴양도시 마타라의 해변 마을에서 만난 수닐산트 씨(47)는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지진해일에 부인(47)과 딸(21), 여동생 3명, 조카 2명 등 7명의 가족을 잃었다.

23년간 함께 살아 온 부인은 아침식사 준비를 하다가 무너져 내린 담장에 깔려 죽었다. 마당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수닐산트 씨는 해일에 떠다니다가 전기선을 붙잡았다.

결혼을 앞둔 딸이 파도에 휩쓸려 가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순간 그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살아남은 아들(25)은 그날 이후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7명의 시신은 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다음날 찾았다. 하지만 딸의 목에 걸려 있던 금목걸이는 없었다.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이들을 모두 같은 곳에 묻어야 했다. 공동묘지에 큰 구덩이 하나를 파서 마을 희생자 300여 명을 같이 묻은 것. 지진해일이 덮친 지 2주일이 됐지만 수닐산트 씨는 매일 흔적만 남은 집에 와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이웃 사람들은 전했다. “이제 기운을 차리고 집을 복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모든 것을 잃고 같이 살 가족이 없는데 집은 뭐 하러 짓느냐”고 힘없이 대답했다.

마타라(스리랑카)=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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