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셴코-야누코비치…“이렇게 달랐다”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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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승리한 빅토르 유셴코 후보와 패배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 진영은 서로 다른 지지 기반만큼이나 선거전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셴코 후보는 지역적으로는 우크라이나계가 많은 수도 키예프 및 서부 농업지역, 연령적으로는 20, 30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야누코비치 후보는 러시아계가 다수인 동부 산업지역과 40대 이상으로부터 몰표를 얻었다.

양 진영의 가장 큰 차이는 언어. 유셴코 후보는 모든 연설과 TV토론 등을 우크라이나어로 했다.

반면 야누코비치 후보는 우크라이나어가 서툴다.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후 공직에 나가기 위해 뒤늦게 우크라이나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야누코비치 후보는 TV토론 중 어휘력이 부족해 러시아어를 섞어서 말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 기자회견과 연설도 모두 러시아어로 했다.

그러나 자금력은 현직 총리인 데다 우크라이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동부 올리가키(과두재벌)의 지원을 받은 야누코비치 후보가 월등히 앞섰다. 키예프 중심가의 호화로운 선거운동본부는 방문한 기자들에게 포도주까지 대접했다. 반면 유셴코 후보 진영은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건물에 캠프를 차리고 선거를 치렀다.

유셴코 후보의 가장 큰 힘은 열성적인 지지자들. 지난달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면서 수천여 명의 지지자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천막을 치고 농성하며 독립광장을 지켰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후보 지지 시위 참석자들은 대부분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었다. 27일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헤오르히 키르파 교통장관이 지난달 결선투표 때 야누코비치 후보 측 유권자들의 수송 작전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키르파 장관이 자살한 이유는 이런 추악한 동원 작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키예프=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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