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리덩후이 비자’ 신경전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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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충돌해 온 중국과 일본이 이번엔 리덩후이(李登輝·사진) 전 대만 총통의 일본 방문을 놓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리 전 총통에게 관광비자를 발급할 방침을 굳히자 중국 정부는 ‘중국의 평화통일 대업에 대한 도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주 중 리 전 총통에게 비자를 내줄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리 전 총통은 연말을 맞아 부인, 며느리, 손녀와 함께 교토(京都) 등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고 싶다며 비자발급을 타진했다.

그는 9월에도 일본 입국을 추진했지만 중국을 의식한 일본 정부가 ‘대만 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해 무산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의 비자발급 결정은 대만 총선에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내세운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중국의 반발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집권 자민당 관계자는 “중국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리 전 총통은 급진적 ‘대만독립파’의 두목”이라며 “비자발급을 취소하지 않으면 중일 관계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고 경고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비자발급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언론들은 동중국해 가스전 영유권 분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가 더욱 꼬일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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