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정치위상 강화 무대?=선거전은 후보 간 자질평가나 정책대결보다 재선에 성공한 천 총통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무대로 전락하고 있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천 총통은 끊임없이 의제를 선점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야당은 이를 막느라 급급한 모습이다.
천 총통은 지난달부터 “야당이 군부 쿠데타를 획책했다” “2006년 신헌법 제정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 “국민당 깃발을 바꾸지 않으면 국기 휘장을 바꾸겠다” “역사교과서를 고치겠다” “대만 국호로 유엔에 가입하겠다”는 등 야당과 중국을 겨냥한 공세를 쉴 새 없이 펴왔다. 야권은 “야당이 입법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해야 대만을 전쟁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맞서는 정도다.
▽여권 과반 확보하나=현재 입법원은 전체 225석 중 민진당 87석, 대단련 13석으로 여권 의석이 100석인 반면 야권은 국민당 68석, 친민당 46석, 신당 1석 등 115석으로 과반(113석)을 넘는다. 나머지 10석은 무소속.
선거전이 총통선거에 이어 ‘제2의 남북전쟁(남부 여권, 북부 야권)’으로 불리는 가운데 여권은 서서히 북부를 잠식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빙의 승부 속에 여권이 10% 정도 의석을 늘려 과반에 육박할 것으로 점친다. 젊은 유권자 층의 확고한 지지와 집권 프리미엄, 천 총통의 의제 선점, 최근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우세한 국면을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만한 참신한 의제를 개발하지 못해 열세라는 분석이다. ▽불안한 양안관계=여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대만의 ‘탈(脫)중국’ 움직임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의 반발과 미국의 견제 등을 들어 급진적인 독립 추진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천 총통이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만큼 양안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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