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점잖은 신사들이 '누드 달력' 만들어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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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번지는 누드 열풍이 미국 시골마을까지 수출된 것일까. 뉴욕주 북서쪽의 버팔로에서 동쪽으로 56km 떨어진 인구 1만6000명의 소도시 바타비아에서 점잖은 중년신사 13명이 누드모델로 나섰다.

투자은행가인 길버트 멀케이(57)는 신문으로 나체를 겨우 가리고 해먹에 올라앉아 있고 신발가게 주인 데니스 드와이어(42)는 나체로 커다란 신발을 들고 서있는 사진을 찍었다. 평생교육전문가인 레이 차야(57)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초로의 몸매를 다 보여주고 있다.

이곳의 로터리 클럽 회원들인 이들이 찍은 누드사진은 내년 달력으로 인쇄돼 도시에 뿌려지고 있다. 한부에 20달러. 모델들의 사인이 들어있는 달력은 40달러에 팔린다. 한달 사이에 1000부가 거의 다 팔릴 정도로 인기다.

이들의 누드쇼는 로터리 클럽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병원에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 5년동안 매년 5만달러씩 25만달러를 모금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 방안을 찾던 중 여성회원인 로살리 매기어가 "기금모금을 위해 소방대원들도 벗었더라"면서 남성누드를 제안했던 것.

누드달력 제안에 대해 로터리 클럽 회장인 짐 아이삭은 "점잖은 로터리 클럽 체면에…"라고 걱정부터 했다. 국제 로터리 클럽으로부터 질책을 당할 것을 우려해 전화로 문의한 결과 "그것 참 멋진 방안이군요. 해보세요"라는 대답을 듣고는 누드모델로 나설 사람들을 모집했다. 일부는 "남 돕는 일이라면 내가 웃음거리가 돼도 좋다"며 기꺼이 참여했고 일부는 "아내가 하지 말라고 한다"며 몸을 사렸다.

누드달력에는 '몸짱' 모델 대신 대머리, 문신이 있는 팔뚝, 털북숭이 다리를 드러낸 중년과 초로의 신사들의 약간은 불안한 표정이 들어있다. "반바지 차림으로 3시간씩 연습하고 5분간은 옷을 다 벗고 사진을 찍는데 숨을 쉴 수도 없었고 발가락이 바르르 떨리더라"는 한 모델의 말 그대로다.

동네의 유명인사가 된 누드모델들에게 "품위없는 짓"이라는 항의전화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신문 '데일리 타임스'는 "그들은 자선활동을 위해 스스로 놀림감이 될 권리가 있으며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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