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신연수/‘인도의 눈물’ 스리랑카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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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쪽에는 아름다운 섬나라 스리랑카가 있다. 국토의 생김새가 눈물방울과 비슷하고 440년의 식민지와 독립 후 20년간의 내전 등 슬픈 역사를 지녀 ‘인도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스리랑카를 다녀왔다. 한국에서는 직항이 없어 태국 방콕을 거쳤는데 밤 12시반에 공항에 도착했다. 스리랑카는 가난한 약소국이기 때문에 국제 항공시장에서 좋은 시간을 배정받지 못하고 언제나 한밤중에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것이 현지 사람들의 설명이었다.

스리랑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947달러(약 100만원). 교육 의료 등은 무료지만 수준이 매우 낮고 대학을 나와도 취업할 데가 없어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콜롬보와 캔디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한 시골에서는 절반 이상의 가정이 전기와 수도 없이 산다. 남편과 아이들을 남겨두고 중동에 파출부로 떠나는 주부들, 공장 취업을 위해 한국으로 가는 근로자 등으로 한밤의 콜롬보 국제공항은 늘 붐빈다.

이 나라가 항상 뒤처졌던 것은 아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는 풍부한 관광자원과 사회 인프라, 높은 교육수준 등으로 아시아에서 꽤 전도유망한 나라였다.

그러나 국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수십년간 테러와 내전이 이어진 것이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었다.

인구의 74%를 차지하는 싱할라족과 18%의 타밀족은 수백년간 공존해 왔으나 독립 후 싱할라족 우대 정책을 채택하면서 분란이 생겼다. 초기의 불화는 1983년 폭동으로 번지면서 그 후 지역적으로 갈라져 20년간 잔인한 내전이 일어났다.

여기에 사회주의 정책과 자본주의 정책간의 혼선,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오간 정부 형태, 극좌 청년단체의 반란과 파업 선동 등 불안정이 사회를 지배했고 각국의 기업들과 관광객들이 떠났다.

싱할라족과 타밀족은 겉모습이 아주 비슷하며, 며칠 겪어 본 스리랑카 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고 온순했다. 지역 민족 종교 등의 단순한 ‘차이’가 이념 및 정치세력들과 연결돼 갈등이 심해지고 결국 내전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반군을 압도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2002년부터 북부지방의 자치 등을 조건으로 반군과 협상하고 있다. 평화가 정착되면 다시 경제가 발전할 것으로 현지인들은 기대한다.

내부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성숙함, 일관된 정부 정책, 그리고 전쟁 없는 평화야말로 국제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고 번영하는 기본 조건임을 스리랑카 현대사는 보여 준다. 또한 평화와 독립을 지키려면 나라가 부강해야 한다는 것을 수백년간의 식민지사는 일깨워 준다.

국내적으로 여러 가지 갈등과 혼선을 겪고 있고, 북한과도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신연수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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