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체계 맹점에 영어까지 못해서…”

  • 입력 2004년 7월 27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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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인 환자가 돈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바람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 숨졌다.

목수일을 하는 문철선씨가 뉴욕에서 뇌출혈을 일으켜 병원에 갔지만 미국 의료체계의 맹점으로 한 달 이상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숨졌다고 뉴욕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자녀교육을 위해 10개월 전 미국에 온 문씨는 뇌출혈로 플러싱 병원 응급실을 거쳐 뇌출혈 전문병원인 자메이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 병원에서 단층촬영을 한 그는 72시간 동안 기다리라는 말만 듣다가 6월9일 퇴원 지시를 받았다.

이후 두 차례 더 병원을 찾았지만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문씨 부부는 병원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두 번째 병원을 찾았을 때 이전 입원비와 치료비 등 4500달러의 병원비를 부담하라는 통보를 받은 문씨는 경제사정 때문에 그 이후 병원을 가지 않았다.

병원측은 "6월21일 추가로 실시된 단층촬영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면서 "문씨가 6월30일 의사와 약속이 잡혔으나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 부인은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퇴원할 때도 두통약 타이레놀만 복용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두통을 참아가면서 일하던 문씨는 7월6일 극심한 두통으로 플러싱 병원을 거쳐 브루크데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미국에선 문씨처럼 의료보험 미가입 환자들이 응급실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일단 퇴원지시를 받은 이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문씨 부인은 극빈자 의료보호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자신 및 자녀들의 체류에 영향을 미칠까봐 신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 환자의 죽음이 해당 병원들의 진료거부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에게는 종종 제구실을 못하는 미국 의료체계의 허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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