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반대합니다”…총련 전체회의서 반대의견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51분


코멘트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총련) 전체회의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반대 의견’이 나와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총련은 지난달 28일 도쿄(東京) 기타(北)구 조선문화회관에서 전국의 대의원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0차 전체대회를 열었다. 3년마다 열리는 전체대회는 지도부인 중앙상임위 인사와 향후 3년간의 행동 방침을 정한다. 올해는 남북정상회담 후 처음 열리는 대회.

총련의 조직 성격상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은 대회 폐막 직전인 29일 오후 중앙상임위원 인사안 채택 때.

인사안의 핵심은 서만술(徐萬述·77) 의장, 허종만(許宗萬·69) 책임부의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특이한 것이라면 부의장 4명 중 1명을 40대의 고덕우(高德羽·42) 총련 동포생활부국장으로 정한 것 정도.

사회를 맡은 남승우(南昇祐) 부의장은 인사안을 상정한 뒤 형식적으로 “반대의견 있습니까”라고 묻고 통과를 선언하려 했다. 이때 이모 대의원(도쿄)이 “반대합니다”라며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 것.

1955년 5월 총련 결성 후 한 번도 없었던 반대의견 제기로 대회장은 순간 크게 술렁였다. 주최측은 ‘발언자가 지정된 자리를 벗어났으므로 반대 발언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의 선언을 한 뒤 이 대의원을 퇴장시켰고, 인사안을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일본 치안 관계자는 “50년 역사의 총련에서 ‘반대 의견’이 공식 제기된 것은 그만큼 총련 내부에 개혁 의견이 많아진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지도부에 도전했던 대의원이 현재 도쿄에 건재해 있는 것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재력가인 부친에 이어 2대째 대의원 신분을 가진 이 대의원은 평소 서만술-허종만 체제를 비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총련이 외형상 ‘북한 정권의 전위대’ 성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