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다큐 ‘독일로 간 광부…’ 끝나지 않은 ‘망향의 슬픔’

  • 입력 2004년 6월 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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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작진이 독일 광산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는 한국인 광부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제공 MBC
MBC 제작진이 독일 광산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는 한국인 광부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제공 MBC
“우리는 합격했다는 사실 만으로 들떠 있었다.”

1963년 12월 21일 김포공항 출국 대기실. 이곳에는 1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독일 광부 모집에 합격해 뒤셀도르프 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파독(派獨) 광부 1진 247명의 설렘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들이 현지에 가서 마주친 것은 40도가 넘는 지열(地熱)과 날카로운 톱니를 가진 기계들이 있는 지하 1000m의 막장. 광부들은 이곳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글뤽 아우프”라며 서로 인사했다. 영어로는 ‘럭 업(Luck Up)’, ‘무사히 살아나와 지상에서 다시 만나자’란 뜻이었다.

MBC는 11일부터 3일간 특집 다큐멘터리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 3부작을 방영한다. 2005년 한독 수교 120주년을 맞아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1일 방영되는 1부(밤11:15)에서는 독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광부와 간호사들이 40년 전 청춘을 보낸 막장과 병원생활을 회고한다. 2부(12일 밤11:30)는 이들이 기회의 땅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 경력을 기반으로 가수 의사 교수 등의 꿈을 이룬 성공 스토리를, 3부(13일 밤11:30)는 3년 계약이 끝나고도 고국에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의 사연을 다룬다.

현재 독일의 한국 교민 수는 3만여 명이며 이중 1만2000여명이 광부나 간호사 출신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70%는 부부로 맺어졌고 나머지는 독일인과 결혼했다.

6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번 외화는 한국경제 발전의 기반이 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광부 파견과 그들의 3년치 월급을 담보로 3500만 달러의 차관을 독일에서 들여왔다. 67년 수출 총액의 36%가 광부들이 번 돈이기도 했다.

최우철 책임 프로듀서는 “60년대 경제발전의 이면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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