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사히 “美, 이라크 괴뢰정권 수립 단념하라”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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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함락 1주년(9일)을 앞두고 이라크 사태가 극도로 악화되자 일본 아사히신문이 6일자에 이례적으로 대형 사설을 싣고 미국에 점령 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사설의 주요 내용.

수도 바그다드와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점령군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미군, 스페인군과 충돌했다. 투석과 총격으로 점령군에 맞선 것은 알 카에다 혹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잔당이 아니라 대부분 평범한 민중이다.

점령군과 점령당국은 이라크의 민의를 잘못 읽고 있다. 각지에서 일어나는 습격과 충돌을 특정세력의 테러로만 몰아붙일 수 없다. 미군과 영국군이 1년간 테러 용의자로 구속한 1만2000여명 중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은 150명도 채 안된다.

일부 비이라크인과 후세인 잔당에 의한 테러가 있지만 각지에서 계속되는 충돌과 습격 사건의 배후에는 평범한 이라크인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미, 반점령군 감정이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문제다. 후세인 정권에서 억압받은 이들은 민주적인 직접선거를 통해 새 정부의 지배적 세력이 되고 싶어 한다. 종교색이 강한 정부의 탄생을 싫어해 선거를 기피한 미영 점령 당국에 대해 이들은 불만이 많다. 시아파를 적으로 돌리는 현재의 미국 정책은 잘못이다.

점령이 끝난 뒤에도 임시정부가 지금처럼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면 이라크 국민에게서 괴뢰정권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다. 괴뢰정권은 안정될 수 없다. 전쟁에 반대한 나라들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치안 유지와 부흥에 관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 행정부는 전쟁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대담한 전환을 꾀해야 한다.

정리=조헌주 도쿄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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