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스페인, 폭탄테러 허위정보 제공”

  • 입력 2004년 3월 17일 15시 47분


스페인 정부가 11일 발생한 열차 연쇄 폭탄테러의 배후를 처음부터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인 ETA(자유조국 바스크)로 지목해 여러 곳에서 망신살이 뻗쳤다.

테러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ETA가 자행한' 폭탄테러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아나 팔라시오 스페인 외무장관과 외교관들이 안보리가 ETA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로비를 벌인 결과. 스페인은 현재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다.

그러나 알 카에다 관련설 증거가 속속 나오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이사국들이 난감해졌다"고 말했다. 유엔 주재 스페인대사는 이사국들에 서한을 보내 "결의안이 채택된 때는 ETA의 소행인 것이 분명했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독일 정부도 스페인 정보당국이 테러 배후를 ETA로 여기도록 두 차례나 유도한 것에 대해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고 독일 제1공영방송 ARD가 16일 보도했다.

스페인 정보당국은 테러 직후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 연락관에게 폭발물이 '티타딘'이며 이는 과거 ETA가 흔히 사용했던 폭발물이라고 통보했고 13일에는 폭발물이 '고마 2 에코' 다이너마이트로 이 역시 ETA가 사용해왔던 것이라고 정정했다는 것.

독일 정보기관의 한 소식통은 "우방 정보기관이 이런 식의 허위 정보를 제공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ARD는 소개했다.

한편 스페인 국영 EFE통신 기자들은 16일 ETA가 테러 주범이라는 정부 주장에 미구엘 플라톤 편집 담당 이사가 동조했다며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플라톤 이사가 집권당을 지지하기 위해 조작과 검열 상황을 조성했다는 것.

기자들은 "EFE는 테러 직후 아랍어로 프로그램 된 무선전화 등의 내용을 알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급진 이슬람 테러조직에 관한 취재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노골적으로 금지됐다"고 주장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베를린·마드리드=외신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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