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 트럭 폭발 테러? 교통사고?…美 - 이라크 발표 엇갈려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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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사건인가, 교통사고인가.’

17일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빈민지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으로 전 세계 언론이 ‘오보’를 냈다. 현장에 있던 이라크 경찰과 내무부가 ‘테러’라고 발표한 것을 미군이 10여시간 뒤 ‘사고’라고 뒤집었기 때문이다.

미군 발표 후 외신은 폭발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는 사실만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현지 목격담은 미군 발표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생포한 직후 연이은 차량폭탄 테러로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라크 경찰 및 미군의 조사결과에서 공통적인 것은 유조트럭이 복잡한 교차로에서 미니버스를 측면에서 들이받고 폭발했다는 점.

폭발 몇 시간 뒤 바그다드 경찰 총수인 사바 파에드 장군은 “트럭이 폭발물을 싣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현장 경찰은 “트럭에 폭발물이 가득했으며 엄청나게 큰 폭발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탱커나 트레일러를 붙이지 않은 유조차가 빠른 속도로 교차로 방면으로 달렸다”며 “800m 앞쪽 경찰서를 노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군은 10시간 뒤 “폭발물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정정했다. 사망자도 이라크측 발표 17명보다 적은 10명으로 낮췄다. 미군은 “폭약 흔적이 없으며 유조차가 충돌해 불이 난 뒤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곳곳에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는 목격담, 행인이 미처 피하지 못할 정도로 충돌과 폭발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연료보다는 폭약에 의한 폭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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