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세인 체포, 이라크 평화 계기로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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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로 이라크 사태는 본격적인 수습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공격과 종전 선언이 1단계였다면 8개월에 걸친 후세인 체포작전은 2단계였고, 이제 남은 것은 이라크를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주는 마지막 단계다.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는 수많은 이라크인들의 반응에서 이라크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그들의 가슴속에는 지긋지긋한 독재에서 확실하게 벗어났다는 기쁨과 함께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라크인과 외국인,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는 테러가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반면 구심점을 잃은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투쟁의지는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후세인 체포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유가와 금값은 내렸다. ‘후세인 효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라크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 체포가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실상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이 변해야 한다. 최대 위협 요인인 후세인을 손에 넣은 만큼 미국은 이라크 국민의 적개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재자가 제거되고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이라크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자포자기식 테러에 나설지도 모를 저항세력들을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미국은 특히 권력이양을 서둘러야 한다. 이라크를 장기간 점령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후세인 처벌도 중요한 변수다. 비록 초라한 모습으로 생포되기는 했으나 후세인은 여전히 상당수 이라크 국민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라크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후세인 체포 이후 이라크를 안정과 평화의 길로 인도할 책임은 미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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