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한일합방은 조선인이 선택" 망언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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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東京都)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1·사진)지사가 '한일합방은 조선인이 선택한 것'이라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는 28일 도쿄에서 열린 북한 납북자 관련 집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1910년 한일합방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9일 전했다.

이사하라 지사는 합방 당시 상황에 대해 "그들(조선인)의 총의로, 러시아 중국 일본 어느 나라를 택할까 하다가 근대화가 진전된데다 같은 얼굴색을 한 일본인의 도움을 얻고자 한 것"이라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합의 아래 합병이 이뤄졌다"고 강압에 의한 합병이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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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나는 한일합방을 100% 옳았다고 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들(한국인들)의 감정상 역시 화가 나고 굴욕이겠지만 그것은 굳이 따지자면 그들(한국인) 선조의 책임"이라고 무력 침략을 호도한 채 한민족을 비하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시하라 지사가 이 자리에서 "(일제의 한반도 식민통치는)식민지주의라고 해도 좀 더 선진화된 것이었기 때문에 인간적이었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2001년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든 우익 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원자로 그간 역사 관련 망언 뿐 아니라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 등에 대한 민족차별 발언으로도 물의를 빚어왔다.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방어 전쟁'으로 왜곡하는 우익세력이 목소리를 본격화한 것은 70년대부터라 무력합병을 부인하는 이번 주장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정계인사의 망언이 부쩍 늘어난데다 일본 사회가 망언을 문제 삼지 않으려 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시하라 지사의 망언을 마이니치와 아사히신문 정도만 다루고 다른 매체는 무시한 데서도 그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95년 에토 다카미(江藤隆美) 당시 총무청 장관이 "창씨개명이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가 국내외 비판을 받고 장관직을 사퇴했다. 반면 올해 5월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아소 다로(麻生太郞)자민당 정조회장은 9월 개각시 총무상으로 오히려 중용됐다.

한편 망언이 나오면 외교채널을 통해 강력히 비판해온 중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논평 조차 아껴 대조적이다. 이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가 역사 관련 망언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일본 정치인 주요 망언
발언자일시내용
아소 다로 자민당 정조회장(현 총무상)5월 31일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 이뤄진 것이다.
오쿠노 세이스케 자민당 의원(전 법무상)6월 6일창씨개명은 일본과 동등한 대우를 하려 한 것이며 강제는 아니었다.
에토 다카미 전 총무청 장관7월 12일한일합방은 국제연맹이 승인한 것으로 일제 식민지 지배는 정당하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10월 28일한일합방은 조선인이 선택한 것이며 무력 침범이 아니었다.

디지털뉴스팀·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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