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앞으로”…‘확 달라진’ 200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42분


코멘트
무하마드 알리의 전기를 다룬 타센출판사의 'Greatest Of All Time' 전시부스. 내용 일부를 벽보처럼 만들어 붙인 전시대 앞에 관람들이 모여 있다.
무하마드 알리의 전기를 다룬 타센출판사의 'Greatest Of All Time' 전시부스. 내용 일부를 벽보처럼 만들어 붙인 전시대 앞에 관람들이 모여 있다.
무하마드 알리가 나비처럼 가볍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클로즈업된 거대한 사진과 사각의 링. 8일(현지시간) 개막돼 13일까지 열리는 ‘200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을 압도한 전시는 그 어떤 작가나 석학도 아닌 20세기의 대중스타 알리를 기리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책 홍보였다.

폴커 노이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원장이 개막사에서 “올해는 도서전 역사의 새 페이지(new page)”라고 주창한 대로 55회째를 맞는 이 세계 최대의 책 박람회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다.

100여개 국가에서 6400여개의 출판사와 인쇄업체 등이 참가해 35만여종의 책이나 CD롬, 잡지 등을 선보이고 있는 전체 규모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

제6전시관에 마련된 한국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도서전의 기획방향에 있다. 도서전 홍보책임자 홀거 엘트링은 “영화 TV드라마 등 인기대중문화 장르를 전통산업인 출판과 적극적으로 연결짓고 신규 독자 창출을 위해 도서전 사상 최초로 독서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독자마련에 나선 것이 큰 변화”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주최측은 교육과 어린이책 등 주요 주제들을 묶어 이슈를 제기하는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필름과 TV’포럼은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세기 폭스사의 후원으로 제4전시장 내에 마련된 400석 규모의 임시상영관에는 짐 셰리든 감독의 신작 ‘미국에서(In America)’ 등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다섯 편의 영화가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90년대 후반 ‘21세기형 출판’이라며 탁상출판(DTP) 시연 등 전자음으로 요란했던 전시장이 2003년에는 영화 효과음으로 극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자신의 전기 ‘언제나 최고(Greatest Of All Time)’의 홍보를 위해 무하마드 알리가 9일 전시장을 찾았다. 10일 오후에는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귄터 그라스가 신작 시집 ‘마지막 춤(Letzte Tanze)’을 낭송하며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독자들과 함께 춤도 출 예정이다.

20세기 폭스사가 마련한 임시 상영관 앞의 필름카페. 주변에는 '양철북' 등 영화화된 문학작품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연금술사’의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도 10일 신작 ‘11분(11minutes)’을 선보이며 독자사인회를 갖는다. 독일 서적상연합이 인류평화에 공헌했다고 생각하는 인물에게 수여하는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수상자로는 미국의 여성비평가이자 작가인 수전 손탁이 선정돼 12일 시상식이 열린다.

특히 올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한국 출판인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10일 오후 2시반 한국이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guest nation)’임을 공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올해의 주빈국인 러시아의 경우 자국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산문작가 바실리 악세노프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100명의 작가들을 도서전에 대동했으며 1000개의 출판사가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