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 푸틴 “美 이라크 수정안 불만족”

  • 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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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 3일 각각 미국이 제출한 새 이라크 결의안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의 사찰단은 2일 의회에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라크 수렁’에 빠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내외에서 한꺼번에 악재를 만난 형국이다.

▽“새 결의안 내 뜻과 달라”=아난 총장은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미국의 수정안은 내가 권고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의 최근 권고 요지는 이라크 주권을 인계할 임시정부를 신속히 수립해 헌법을 제정하도록 하라는 것. 그러나 미국의 수정안은 ‘실제적인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신속하고 점진적으로’ 이라크 정부에 주권을 이양한다고 돼 있다. 또 프랑스와 독일 등이 요구한 주권 이양 일정을 적시하지 않았다.

장 마르크 델라 사블리에르 프랑스 대사도 이날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의 결의안이 유엔의 핵심 역할과 정치일정 등에서 자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결의안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 내 다른 나라들과 타협하려 한 흔적은 있으나 충분치 못하다”며 “국제 사회가 이라크 재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MD 찾지 못해”=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해온 미국 사찰단 ‘이라크 서베이그룹(ISG)’의 데이비드 케이 단장은 2일 미 의회에 제출한 중간보고서에서 “생화학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핵무기 프로그램도 ‘매우 초보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가) WMD를 생산할 계획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물증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전쟁의 명분인 WMD 위험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4일자)는 “WMD가 나타나지 않자 미 행정부와 전쟁지지자들은 ‘충격과 공포’를 느낄 지경”이라며 “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물론 ‘선제공격’ 정책도 흔들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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