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론 회계조작 2개은행 벌금만…"솜방망이 제재" 비난

  • 입력 2003년 8월 28일 2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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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의 파산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 2개 대형은행이 합계 2억8600만달러(약 3100억원)의 벌금만 물게 된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체이스와 씨티그룹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맨해튼 지방검사와 2억86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격주간 경제지 포천 최신호가 28일 전했다. 이 합의는 엔론이 파산을 선언한 지 1년9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이번 합의로 체이스와 씨티그룹 및 관련 임직원들은 형사소추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한 변호사는 “이 정도 벌금만 낼 뿐이라면 두 은행은 아주 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은 체이스와 씨티그룹이 엔론 회계부정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었다는 게 월가의 공통적인 평가이기 때문. 엔론은 파산 전 10년간 두 은행의 도움으로 90억달러(약 10조원)를 조달했으며 회계장부를 조작해 부채인 이 돈을 영업이익으로 둔갑시켰다.

두 은행의 임직원들은 엔론의 사기행각을 알면서도 부채를 감추는 일을 공공연히 논의했다. 엔론이 두 은행의 최대 고객이었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 대가로 두 은행은 최근 5년간 엔론으로부터 수수료 3억달러(약 3300억원)를 벌어들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두 은행에 대해 내부 규제를 강화하도록 촉구하는 데 그쳐 역시 제재에 소극적이었다고 포천은 지적했다. 포천은 “엔론에 관한 한 정의(正義)는 너무 느리고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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