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정상회담]美-유럽 이라크戰 갈등 씻길까

  • 입력 2003년 5월 3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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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정상들의 모임’인 G8 정상회의가 다음 달 1∼3일 프랑스 남동부의 알프스 휴양도시인 에비앙에서 열린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서방 선진 7개국(G7)과 러시아 정상이 공식 멤버로 참석하는 이번 G8 회의의 주의제는 △세계 경제 성장 △대(對)테러전쟁 △이라크 전후 처리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등이다.

특히 G8 정상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포기와 핵무기 비확산 약속 준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의 베이징(北京) 3자회담 참여 등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봉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느냐도 관심 있는 대목. 이라크전으로 앙숙이 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이라크전 이후 처음 얼굴을 맞대고 양국 관계 복원 등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 등도 초청됐다.

▽부시 vs 시라크=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복원 기대에도 불구하고 자칫 이번 회의가 이라크전으로 대립했던 두 나라간의 2라운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테러전쟁,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 등에 역점을 두면서 이번 회의를 이라크전의 연장선상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관측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다른 반전국가였던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는 개별회담 일정도 잡지 않았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은 세계경제 회복과 성장 등 경제문제를 강조하며 이번 회의를 ‘승전 축하 파티장’으로 만들려는 부시 대통령을 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의 데뷔전=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의 카리스마에 가렸던 후 주석의 외교무대 데뷔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G8 참석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개별정상회담 등을 통해 중국의 북한 설득 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1999년부터 G7회의에 초청받았으면서도 “부자나라의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거부해 왔다. 이 때문에 후 주석의 G8 등장이 ‘G9(G8+중국)의 전주곡’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세계화 시위=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지구의 친구들 등 반세계화 세력은 29일 에비앙 인근 안마스에서 G8 대체회담을 개막했다. 이날 현재 6000∼1만명 정도가 안마스 외곽 비행장에 텐트를 치고 설치한 ‘대체 마을’에 머무르고 있다.

에비앙 맞은편의 스위스 로잔에서도 5000여명의 시위대가 이날 “G8을 침몰시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100여명의 시위대가 시위 도중 돌과 캔을 던져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하며 대응하기도 했지만 체포된 시위자는 없었다. 한편 프랑스와 스위스는 군경 3만여명을 동원해 철통경계에 들어갔으며 에비앙 반경 30km부터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지대공 미사일, 미라주 전투기와 무인정찰기까지 동원됐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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