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3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국 협상 대표단이 한국 정부와 미 행정부에 설명이나 보고한 내용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오는 게 전부다. 이 때문에 미국 주요 언론들의 보도 내용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언론 보도와 비공식 전언 등에 따르면 북한의 핵 보유 발언은 회담 첫날인 23일 오후에 나왔다. 북한 수석대표인 이근(李根) 외무성 부국장은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며 미국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복도로 데리고 나왔다.
이 부국장은 켈리 대표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미 갖고 있는) 이 핵무기들을 해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핵실험을 할지, 사용할지, 수출할지 그것은 미국의 다음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미 1993년 협상 때도 핵무기 보유 사실을 당신들에게 알려줬다”고 말해 자신의 발언이 대수롭지 않은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 대표단이 1993년 협상 참가자들에게 긴급 문의한 결과 당시에는 그런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국장은 핵무기 보유 사실을 한국어와 영어로 여러 차례 얘기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이 부국장이 사용한 단어들이 모호했다고 전했다. 한 미 관리는 “핵실험이나 수출이라는 단어는 아니었으며 ‘실질적 행동(physical actions)’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실질적 행동 여부는 미국에 달려 있다’는 의미)”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 부국장은 “우리는 폐연료봉 8000개 거의 전부를 재처리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제 유일하게 남은 문제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얻은) 이 플루토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국장은 대북 원조 확대, 불가침조약 체결, 완전한 수교 등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플루토늄을 무기 개발에 사용하지 않는) 대가로 미국이 취해야 할 일련의 조치들을 상세히 제시했다.
북한 대표단은 또 중국을 빼고 북-미 양자간의 협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3자회담 개최 합의에 따라 이미 해결된 것으로 보였던 협상 틀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
중국 대표들도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측에 “북한이 양자협상을 고집한다”며 이를 받아주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회담이 결렬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켈리 대표는 이를 워싱턴에 보고했고 백악관 참모들은 별다른 논쟁 없이 단호히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 | ![]() ![]()
|
|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