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맞고 추락한 아파치 헬기 등 한국軍 "무기도입 찜찜"

  • 입력 2003년 3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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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첨단무기인 아파치 롱보(AH-64D) 공격용 헬기와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이 이라크전쟁에서 추락과 오인 사격 등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24일 바그다드 인근에서 아파치 헬기 1대가 작전 중 추락했는데 이라크 국영TV는 이라크 농부가 러시아제 AK-47 소총으로 격추시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수천만달러짜리 최첨단 공격용 헬기가 구식 소총에 피격됐다는 소식은 미군 지휘부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줬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영국 공군의 토네이도(GR-4) 전폭기가 이라크와 쿠웨이트 접경 상공에서 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맞고 추락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91년 걸프전 때도 사용된 이 미사일이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전에서 아군 목표물을 오인 격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잇단 사고의 주범으로 모래폭풍을 꼽는다. 모래폭풍은 조종사로 하여금 착시 현상을 일으켜 추락 사고를 유발하고 미세먼지는 항공기 엔진 등 정밀 부품의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아파치 헬기의 기체는 12.7∼23㎜ 총탄까지 방탄이 가능해 5.56∼7.62㎜ 소총으로 격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모래폭풍으로 인한 불시착이나 기기 오작동으로 추락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정밀유도 시스템이 모래폭풍으로 교란되면서 목표물을 벗어났을 확률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장비들의 사고를 바라보는 우리 군의 시각은 남다르다. 두 장비 모두 현재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무기인 데다 아파치 헬기는 육군의 차기 대형공격헬기(AHX) 사업,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차기 유도무기(SAM-X) 사업의 유력한 후보 기종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06년경까지 각각 2조원씩의 예산을 투입해 AHX 사업의 경우 총 36대의 공격헬기를, SAM-X사업은 총 48기의 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을 도입할 계획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쟁에서 나타난 두 장비의 실전 성능이 앞으로 도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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