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日 정치자금 스캔들 몸살

  • 입력 2003년 3월 5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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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진 정치인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 상반기 지방선거와 하반기 총선거를 앞둔 일본 정계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비서 급여 유용 및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거물급 정치인이 정계를 은퇴하거나 구속된 데 이어 또다시 정치자금 비리가 불거지자 정치 불신 풍조가 더 심해지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4일 인력파견회사 등으로부터 1억2000만엔(약 12억원)의 정치헌금을 불법으로 받은 혐의로 사카이 다카노리(坂井隆憲) 의원(자민당)의 비서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기업들에게 정치헌금을 받고도 회계장부에서 누락시킨 혐의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사카이 의원은 노동정무차관과 내각부 부대신을 거쳐 중의원 후생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중진. 그는 4일 위원장직을 자진 사임했지만 야당들은 의원직까지 사퇴하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농림수산상도 전직 비서가 공공공사 발주 과정에 개입하고 정치헌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장관직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집권 초 과감한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최근 친동생이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가 대기업인 히타치금속으로부터 석연치 않은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곤혹스러운 처지. 일본 정계에서 올 들어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돼 불거진 의혹은 벌써 4건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정치와 ‘검은 돈’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공공공사를 수주하거나 적자를 낸 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성사된 것은 거의 없는 실정. 도쿄신문은 “정치자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자민당은 ‘유감 표명→개선안 마련→검토→당내 반발→취소’라는 길을 되풀이해 왔다”고 꼬집었다.

일본 경단련(經團連)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93년 중단된 정치헌금을 재개할 뜻을 밝혔지만 최근의 사태로 인해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 일본 언론은 88년 미공개 주식을 정관계 인사들에게 헐값에 제공해 문제가 됐던 리크루트사건이 4일 최종 판결이 난 것에 빗대어 “일본 정치는 15년 전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2002년 이후 발생한 일본의 정치자금 스캔들
2002년 3월 쓰지모토 기요미 사민당 중의원, 비서급여 유용으로 사직
4월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 정치자금 유용 의혹으로 정계 은퇴
5월 이노우에 유타카 참의원 의장, 비서 이권개입 의혹으로 사임
6월 스즈키 무네오 자민당 중의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8월 다나카 마키코 전 외상, 비서급여 유용 의혹으로 사직
2003년 2월 오시마 다다모리 농림수산상, 비서의 정치헌금 유용사실 발각
나카무라 세이지 자민당 중의원, 비서가 정치자금 규정위반으로 체포
3월 사카이 다카노리 자민당 중의원, 비서가 정치자금 규정위반으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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