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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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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독일 벨기에 3국이 1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터키에 대한 일련의 군사지원을 포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미국의 이라크전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서 NATO 내에서 미국과 유럽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 여부를 가름하게 될 유엔무기사찰단의 14일 보고를 앞둔 NATO의 분열은 빠르면 이달 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NATO 통한 전쟁 지원 반대=프랑스와 독일, 벨기에는 이날 NATO 차원에서 터키 군사지원 계획의 수립에 착수할지를 결정짓는 마감시한을 맞아 이 계획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발터 린트너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전쟁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1월 터키가 이라크전 발발시 공격받을 위험에 대비해 터키에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과 첨단 조기공중경보기(AWACS), 생화학 무기 방어부대 등을 배치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NATO는 이날 오전 비상회의를 소집, 사후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니컬러스 번스 NATO 주재 미국 대사는 “NATO는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도 “터키의 요청에 대한 대응을 미루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행위”라며 프랑스와 독일 등을 비난한 바 있다.
당사국인 터키는 ‘회원국이 안보 위기에 처할 경우 이를 NATO 차원에서 논의한다’는 NATO 헌장 4조 발동을 요청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그리스의 코스타스 시미티스 총리는 17일 이라크 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회원국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유엔 내 이견 계속=독일과 프랑스는 이와 별도로 전쟁 없이 유엔 감시 아래 이라크를 무장 해제시키는 새로운 방안을 긴급히 마련해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페터 슈트루크 독일 국방장관이 9일 밝혔다.
이 방안은 △이라크에다 수천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무장해제를 감독하고 △유엔 사찰단원을 3배로 증원하는 한편 프랑스는 정찰기를 사찰단에 제공하며 △이라크 전체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라크 주변국들이 이라크산 원유 밀매 근절 협정을 체결하는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 “유엔은 지금 평화를 지키는 문제에서 자신이 적절한지,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결정하게 된다”며 유엔을 압박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독일과 프랑스의 대안에 대해 “진전된 입장 변화이지만 ‘그릇된 쟁점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월 장관은 또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는 내용의 제2차 유엔 결의안을 마련 중이며, 유엔사찰단이 2차 사찰보고서를 제출하는 14일경 이 결의안을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14일부터 며칠 동안이 전쟁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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