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가' 짐콜린스가 진단한 美경제… 美기업…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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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

‘좋은’ 상태가 되기도 힘겨운 게 기업인데 ‘위대한 기업’ 연구가인 짐 콜린스는 “좋은 상태에 안주하다가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다”고 훈수한다. 그는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자리를 버리고 어릴 적 살던 콜로라도주 볼더의 옛 초등학교 건물에 ‘경영연구소’를 개설했다. 그곳을 찾았다.

―당신은 ‘좋은 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전환할 때는 항상 불굴의 의지를 지닌 최고경영자(CEO)가 있었다’고 하면서 이들을 ‘단계(level) 5의 리더’라고 이름 붙였다.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가장 높은 수준의 지도자를 뜻한다. 겸손하면서 의지가 굳은 사람들이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처럼 겸손하고 수줍은 성격이면서도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다. 회사보다 자신을 더 내세우는 스타 경영자와는 전혀 다르다. 카리스마형 경영자는 위대한 기업을 일구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면 단계 5의 경영자가 될 수 있다. 소매 체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자신보다 회사가 위대해지도록 북돋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단계 5의 경영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들보다 너무 앞서가거나 커지려고 하거나 창의적이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나 누구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계 5 경영자들의 의사결정 사례를 따라 연습하다보면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단계 5의 경영자를 꼽는다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CEO 오린 스미스와 가정용품 메이커 콜게이트의 CEO 루벤 마크,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2인자인 찰리 멍거를 들 수 있다.”

―당신은 기업의 비전이나 전략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는데….

“병원에 갈 때도 어떤 의사가 좋으냐를 따지고 박사과정에 들어갈 때도 연구주제보다 지도교수가 누군지 더 중요하게 보지 않나. 버스에 탄 사람, 즉 기업의 구성원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버스가 잘못된 곳으로 가다가도 탑승자들에게 정보를 얻고 협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행선지, 즉 기업의 더 나은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이며 그들이 적절한 자리에 앉아 있느냐 하는 것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좋은 사람을 많이 얻는 것과 이들이 떠나지 않게 확보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 이것이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방법의 핵심이다.”

―쓸 만한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그런 사람은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업무(job)와 책무(responsibility)를 구별할 줄 안다. 책무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까지를 고려한 개념이다. 둘째, 업무보다 책무를 더 염두에 둔다. 셋째, 이들을 고양시키고 안내할 필요는 있지만 관리할 필요는 없다. 이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관리자가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대기업 중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한 기업들을 연구하면서 당신의 연구팀이 찾아낸 경영 원리들이 중소기업이나 한국과 같은 외국기업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나.

“위대한 기업 여부를 가르는 요소는 실적, 주위에 대한 영향력, 잘못됐을 때의 복원능력, 좋은 실적을 유지하는 기간 등이다. 대기업들도 출발할 때는 작은 기업이었다. 작은 기업 가운데도 위대한 기업이 많지만 기업실적 등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분석하지 않았을 뿐이다.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하는 원리는 물리학의 기본원리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새로운 원리들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가.

“경영환경 변화의 쇼크 속에서도 잘 유지되는 기업들을 분석하려 한다. 외부 난기류, 요즘 같으면 남미의 외환위기에 맞닥뜨린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나 실적이 사뭇 달라진다. 반도체업체 인텔은 난기류 속에서 다른 기업과 달리 잘 유지되고 있고 복원능력도 갖추고 있다. 무엇이 다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미국 1만5000개 기업의 증시 상장 이후 25년간의 자료를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있고 새해에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경제는 어떨까.

“미국 경제, 미국 증시는 새해에도 좋지 않아 보인다. 사실 그런 예측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측보다는 구축(build)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1970년대 웰스파고 은행의 CEO 딕 쿨리는 정부가 금융시장 규제를 언제 어떻게 해제할지를 예측하기보다는 최강의 경영팀을 짜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규제가 해제됐을 때 가장 잘 적응했다. 어떤 일이 닥쳐도 스스로 잘 대응해나가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비용이 상당히 들지 않겠는가. 그게 효율적인가.

“기업문화가 그렇게 형성돼 있다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긴장을 더 하는 정도일 것이다. 예측하고 그에 대응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갖춰놓는 게 좋다. 그것은 돈을 쓰는 일이 아니라 투자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는 벌써 일어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년에 한번쯤 하는 중요한 결정은 미래를 예측하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인식할 때 나온다.”

―한국의 경영자나 경영방식에 관해 연구해 보았는가. 한국 경영자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은가.

“미안하지만 한국 기업에 관해 잘 모른다. 앞으로 세계 기업들로 연구영역을 넓혀갈 생각이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강연을 한다면 미국의 경영방식을 수입하는 데 신중하라고 강조하겠다. 미국은 상품뿐 아니라 아이디어도 많이 수출하는데 그 중엔 잘못된 것도 많다. 한때 열풍이 불었던 닷컴기업과 같은 기업설립 방식은 부정적인 면이 많다. 또 어정쩡한 기업들을 합병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사례를 주의깊게 보면 이 기업은 인수합병(M&A)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합병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다른 성공요소 덕분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CEO가 잭 웰치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성공시켰을 것이다. 한국에는 잭 웰치가 필요 없다. 잭 웰치에게 준 대규모 스톡옵션이나 그가 실시한 급진적인 구조조정은 좋은 관행이 아니다. 겉보기엔 좋지만 해를 끼치는 방식이다.”

‘닷컴기업 설립방식’이란 기술을 가진 사람이 곧바로 투자자를 모집해 창업하는 방식. 그는 “‘기술→비즈니스 모델 개발→컴퍼니(창업)’의 순서여야 한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에서 오랫동안 좋다고 생각됐던 기업들, 엔론이나 타이코도 망했다”면서 “1990년대 10여년간 미국의 활황(그는 ‘기적’이라고도 표현했다)은 기업의 성과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베이비붐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생산세대가 되면서 많아진 여유자금이 증시를 뜨겁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설명 끝에 그는 다시 한번 이렇게 강조했다.

“첫째, 한국은 미국의 기적을 믿지 말라. 지난 15년간 미국은 과대평가됐다. 둘째, 잘못된 미국의 관행을 마구 받아들이지 말라. 원칙으로 돌아가고 한국 방식대로 가라.”

―한국에선 아직 회복이 덜 되긴 했지만 정보기술(IT) 분야의 창업이 활발하다. 조언을 한다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창업자의 성공 및 실패 요인을 분석했더니 성공한 사람은 첫 아이디어가 실패한 뒤에도 쓸 돈을 남겨두고 있었다고 한다. 한꺼번에 돈을 다 쓰지 말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원리 중 하나는 ‘기술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낮은 파이어니어가 되지 말고 두 번째나 세 번째로 가라.”

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짐 콜린스는…▼

과거 짐 콜린스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던 시절 전체 학생의 절반이 수강했고 학교측에선 그에게 명강의 상을 주었다.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경영관련 베스트셀러와 재미있는 강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책을 통해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데 한국에서 강연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연구하느라 시간이 없어 외국여행은 삼간다”고 대답했다.

20대 시절 미국 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암벽 등반 실력을 자랑했던 그는 암벽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경영 교훈을 덧붙였다.

“기업들은 암벽을 타듯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고, 실패해서 추락하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오직 올라갈 곳과 다음 스텝만 바라보라.”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세 차례 암벽을 탄다. 부인 조앤 언스트 역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3종경기 우승 경력이 있으며 나이키 광고에 나오기도 했다.

▼짐 콜린스 약력 ▼

▶1958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 출생

▶스탠퍼드대 수학과·경영대학원 졸업

▶매킨지·휴렛팩커드 근무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1988∼1995)

▶콜로라도주 볼더에 ‘경영연구소’ 개설, 연구 저술활동 중

▶저서:‘창업을 넘어서’(1992) ‘중소기업 경영론’(1994)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1994)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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