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유엔결의 중대위반”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04분


미국은 이라크가 유엔결의안에 대해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을 범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실태 보고서에 대해 “지금까지 계속해온 비협조 누락 기만 등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유엔 결의안(1441호)에 대해 ‘중대한 위반’을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2만6000ℓ 규모의 탄저균을 보유하고 있다는 98년 무기사찰단의 보고에 대해 이라크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앞으로의 조치에 대해 “날짜를 정해 놓은 것은 없지만 세계가 영원히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의 5개 상임이사국 중 영국도 “이라크가 중요한 사항들을 누락시켰다”며 미국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군사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 영국 군대가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국과 영국이 ‘중대한 위반’을 선언함으로써 이라크전은 사실상 개전시기만 남겨둔 셈이 됐다. 미국은 현재 걸프만에 배치 중인 미군 5만명 외에도 내년 1월까지 5만명을 더 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 명분을 쌓고 보다 유리한 전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이라크전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응답자의 66%가 대량살상무기 생산 증거를 얻지 못할 경우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다고 전해 아직 전쟁 돌입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프랑스는 20일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유엔의 판단만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이라크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의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 보고서를 검토한 뒤 “전쟁의 가능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과 아랍 국가들은 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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