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WMD보고서 300쪽만 새 내용"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9시 36분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라크가 제출한 대량살상무기(WMD) 실태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많은 사실들이 누락됐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누락이 미국으로 하여금 대(對)이라크 전쟁을 감행케 할 만큼 ‘중대한 위반’인지 아직 국제사회의 합의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탱크도 지나다닐 만큼 큰 허점’〓미국과 유엔은 이라크의 보고서가 이미 98년 유엔 무기사찰단에 제출한 보고서의 일부만 손질해 재가공한 것으로 누락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일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보고서가 △98년 사찰 당시 행방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던 550개의 겨자탄과 150개의 생화학탄 소재 △이라크가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한 사실 등이 누락돼 있다며 “이들 허점은 탱크가 지나다녀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라크 보고서 가운데 핵무기 개발 관련 부분(2400쪽) 중 단지 300쪽 정도만 새로운 것”이라고 13일 말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보고서의 누락을 ‘중대한 위반’으로 선언하고 대이라크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인지가 과제로 남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14일 이라크측에 WMD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명단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IAEA는 이들 과학자들을 이라크 밖으로 데리고 나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엔 무기사찰단은 15일 이라크로 입국한 사찰요원 20명을 추가로 받아들였으며 무기사찰단은 모두 113명으로 확충됐다. 앞서 사찰단은 14일 하루 동안의 사찰로는 최다인 11곳을 사찰했다.

▽‘짙어지는 전운’과 반전시위〓영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비해 다음달 초 항공모함 전단을 걸프 지역에 파견할 것이라고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15일 전했다.

이는 영국의 첫 번째 대이라크전 참여가 될 것이며, 영국 정부는 이어 지상군 2만명 파병 방침을 2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또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13일 이라크가 루코일 등 러시아 석유회사들과 맺은 유전개발 계약을 최근 파기함에 따라 러시아가 이라크전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독일 해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일원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독일 일간지 디 벨트가 14일 보도했다.

이 같은 전쟁 움직임에 대해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각지에서 14일 대대적인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수도 파리를 비롯해 리옹 니스 마르세유 등에서 인권 단체 공산당 녹색당이 중심이 된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가 열렸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에서 외국인 원정 시위대가 참여한 가운데 5000여명이 “미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연합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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