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冊 취재배경 논란]"권력자 의도적 정보유출에 놀아나"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23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권력 비화를 다룬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의 신간 ‘전쟁 중의 부시’가 화제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내밀한 일화들을 폭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비밀을 듣는 대가로 권력자들을 미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워싱턴포스트의 미디어 전문기자 하워드 커츠는 19일 “한때 대통령을 쫓아낸 사건기자가 지금은 권력자에 대해 부드러워졌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지면을 통해 꼬집었다. 부시 대통령이 그에게 ‘우디’라는 애칭을 선사한 것도 권력자와의 거리를 짐작케 하는 사례라는 것.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마이크 매커리는 자신이 한때 우드워드 부국장을 ‘돌봐주는 사람’이었다면서 “그는 우리가 쳐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 부국장은 이날 CNN방송의 래리 킹 토크쇼에 출연, “의도적인 정보 유출은 없었고 내가 모두 취재원에게 먼저 전화해서 발언을 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고위 관리들이 당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몇몇 측근들은 그의 노회함에 말려 ‘개집에 들어간 적(망신당한다는 뜻)’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치참모였던 조지 스테파노폴로스는 회고록 ‘너무 인간적인’에서 그의 집으로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광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초대장은 내가 드디어 워싱턴에서 인정받았다는 표시였다. 그가 식탁에서 필기하기 곤란하니까 녹음해도 괜찮느냐고 물으면서 버튼을 누를 때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보수강경파의 대(對) 이라크 단독 군사공격을 저지시킨 인물로 나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자기 미화를 위해 정보를 흘린 파월 장관은 당장 해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을 ‘텍사스 알라모(지명)의 마초(힘 자랑하는 남자)’로 호칭, 이래저래 보수파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에게 사신을 보내 초강경 대 테러조치를 건의한 것으로 밝혀져 언론인의 윤리를 저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폭스TV 뉴스의 로저 에일즈 사장은 성명을 내고 “책에 나온 사신 내용이 틀리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우드워드 부국장은 “내가 뉴욕에 가면 술 한잔 크게 사겠다는 말 외에 어떤 얘기도 그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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