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유혈진압 이후]강경진압 불가피했나?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50분


이번 인질극 진압을 둘러싼 논란 중 하나는 그 배경과 과잉진압 여부이다.

당초 “인질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반군과 협상을 계속하던 러시아 당국이 인명피해를 무릅쓰고 갑작스레 진압에 나선 배경이 가장 관심을 모은다.

러시아 당국은 “26일 인질범들이 인질을 사살하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진압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측이 먼저 유독성 가스를 살포하면서 기습적인 작전을 시작했다는 반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인질들은 “당시 극장 안은 평온했으나 가스가 살포되기 시작하면서 인질범들이 동요하는 등 사태가 악화됐다” “진압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인질범들이 인질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당국이 처음부터 평화적 해결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해에 의해 우발적으로 진압작전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인질 중 극도로 흥분해 자제력을 잃은 한 소년이 갑자기 출구 쪽으로 뛰어나가자 반군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총을 쐈고 이를 인질 살해가 시작된 신호로 착각한 러시아군이 서둘러 진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사용해 인질범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인질까지 희생시킨 것은 ‘무자비한 작전’이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반군 대부분을 사살해야 했는가라는 의문도 포함된다.

러시아 당국은 “인질범들의 자폭을 막기 위해 가스 살포는 어쩔 수 없었으며 특수부대가 진입할 당시 인질범들이 기관단총과 수류탄으로 완강하게 저항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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