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장 인질극 유혈진압]‘숨은 공신’ 휴대전화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28분


모스크바 인질극 해결의 숨은 공신은 인질들이 갖고 있던 휴대전화였다.

NBC방송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휴대전화로 인질들과 통화, 문화회관 안의 상황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진압작전을 짰다고 26일 고위 보안당국자를 인용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휴대전화가 우리의 작은 비밀이었다”며 “휴대전화를 통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당국은 휴대전화를 받을 인질의 가족 친지까지 근처 수사본부에서 24시간 대기하도록 했다.

러시아 수사관들은 인질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오면 일단 주변에 인질범이 없는지를 확인토록 한 뒤 전화를 바꿔 받아 내부상황을 파악했다. 인질범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사관이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항상 “예, 아니오”로만 하도록 유도했다. 수사관들은 통화를 통해 인질범들의 수와 무장 여부, 무기의 종류뿐 아니라 건물 층별로 인질들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체첸 반군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문화회관 안의 긴박한 상황을 알림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지만 결국 자신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꼴이 됐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