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사실상 카운트 다운

  • 입력 2002년 9월 13일 14시 33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2일 유엔 연설에서 미국이 단독으로라도 이라크에 대해 군사작전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이후 국제사회에선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우려와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영국이 2주안에 쿠웨이트에 선발대를 파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미국은 이라크 비행금지 구역내 전폭기들의 초계비행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개전(開戰)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라크는 미국이 공격할 경우 "중동지역에서 통제불능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영의 개전준비=영국은 대(對) 이라크 공격 지지여부에 대한 의회의 논의가 끝나는 24일 이후 쿠웨이트에 선발대를 배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지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모두 3만여명의 영국군 병력이 파견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병력파견이 끝나는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문은 영국군 탱크가 쿠웨이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안으로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터키의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에 배치된 F16 전투기들을 이라크의 비행금지 영공으로 발진시키는 훈련을 되풀이하는 등 이라크전에 대비한 각종 공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해군의 특수부대 병력에도 행동돌입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와함께 1,2주 내에 모스크바에 대표단을 파견, 러시아 정부에 대 이라크 군사공격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게오르기 마메도프 외무차관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규합하기 위해 몇몇 국가에 대표단을 보내는 일환으로 러시아에도 대표단을 보낼 예정이나 정확한 파견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12일 밝혔다.

▽유럽의 우려=서방국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유엔에서 이라크 문제를 제기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국엔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테러에 대항해 싸워야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없는 군사행동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외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는 "미국의 자위권을 인정하지만 미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과 정치권은 부시 대통령 연설을 '이라크 공격의 카운트 다운'으로 간주하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이라크 항전의지=이라크의 국영 위성 채널은 부시 대통령 연설에 대해 "이라크 침공은 통제불능의 불을 당길 것이며 미국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라크의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주재 대사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보유에 관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공격을 받으면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카타르의 하바드 빈 자심 빈 자비르 알-타니 외무장관은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동 전체의 안정이 파괴될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적 공격에 반대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시 카타르의 기지를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아직 미국으로부터 기지사용 요청을 받지 않았으며 요청이 들어오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외신종합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