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멕시코대통령, 訪美 전격취소

  • 입력 2002년 8월 16일 01시 23분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2주일 앞두고 미국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날 오후 6시23분 미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에서는 마약단속 경관을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13년간 복역해온 멕시코 국적 하비에르 수아레스 메디나(33)의 사형이 집행됐다. 폭스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소집, “이런 통탄할 상황에서 텍사스를 방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26일부터 28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려던 대통령의 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텍사스주는 폭스 대통령의 감형 요청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극물을 주사, 메디나에 대한 사형집행을 강행했다.

텍사스주는 메디나의 출생지가 미국인지 멕시코인지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유럽연합(EU)은 올 들어서만도 20건의 사형을 집행한 텍사스주에 대해 종신형으로 감형해줄 것을,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도 13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메디나가 제네바 협약에 따른 자국 영사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서 관용을 베풀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폭스 대통령은 텍사스주의 4개 도시를 방문한 뒤 28일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중인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방문했던 부시 대통령 개인 목장에서의 정상회담은 대미 관계를 중시하는 국가 원수들에게는 부시 대통령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간주되고 있다.

이날 밤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아이오와주 데모인 방문일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허를 찔렸다. 부시 대통령을 수행 취재한 AP통신의 스콧 린들러 기자는 “멕시코의 발표가 나온 뒤 백악관 관리들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울렸다”면서 “일부 관리들은 기자들로부터 방문 취소 사실을 전해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폭스 대통령과 사형집행 전날에는 통화했으나 방문이 취소된 14일에는 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날 밤 지미 오르 백악관 대변인은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폭스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며 양국 관계처럼 부시와 폭스 대통령의 친밀한 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일정이 다시 합의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히스패닉(중남미계) 미국인의 표밭을 의식, 멕시코와의 관계에 최우선 외교순위를 두고 있으나 사형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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