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파키스탄 일촉즉발 戰雲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08분


《인도와 파키스탄이 55년째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양국은 23일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포격전을 벌여 인도군 1명이 숨지고 민간인 7명이 다쳤다고 인도 경찰이 이날 밝혔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이날 카슈미르 분쟁지역을 방문, 비상각료회의를 열고 전쟁 준비태세를 점검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이에 앞서 22일 “테러리즘에 맞서 파키스탄과 결전을 벌일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인도 측은 이날 국경지역에 3000여명의 지상군을 추가로 배치한 데 이어 5척의 군함을 파키스탄 부근 해역에 급파했으며 공군에도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인도군은 또 다음달부터 전략핵 사령부를 가동키로 했다. 파키스탄은 22일 “외교적 협상이 우선”이라면서도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 배치했던 병력을 인도 국경지대로 이동시켰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올 들어 국경에 각각 75만명과 25만명 등 모두 100만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인도-파키스탄 간의 긴장이 고조되자 22일 양측에 재차 자제를 촉구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무력사용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인도는 정말 파키스탄을 상대로 대규모 전면전을 벌일까. 또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군사전문가들은 인도가 ‘전면전’보다는 이슬람 민병대의 테러기지 폭격 등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핵 전쟁 등 어떤 상황으로 발전할 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미국과 영국의 고위관리가 조만간 양국을 방문, 사태 진정에 나서기로 하는 등 초기 단계부터 깊숙이 개입하는 것도 바로 이런 잠재적 폭발력 때문이다.

인도파키스탄
병력 육군 현역 1,100,000명 550,000명
예비군 535,000명 513,000명
해군 53,000명 25,000명
공군110,000명 45,000명
무기탱크 3,414대 2,300대
미사일 4,175기 1,467기
전투기 738대 353대
무장헬기 32대 0대
항모 1대 0대
잠수함 16대 10대
핵무기 60∼90기 12기

▽‘제한적 공격’ 유력〓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며 그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았다.

바지파이 인도총리 장병 격려 - 쿠파와라AP연합

먼저 카슈미르 지역이 산악지역으로 탱크 등을 동원, 지상전을 벌이기에는 매우 좋지 않은 지형이라는 것. 지상전을 벌이다 오히려 이슬람 민병대에 불의의 습격을 받을 가능성도 많다. 군사전문가들은 전폭기나 무장헬기를 동원한 테러기지 공격이나 특수부대를 동원한 급습 등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측은 올 1월부터 이미 ‘기습공격 부대’를 국경지역에 배치해놓고 있다.

또 하나는 인도의 군사력 때문이다. 인도는 병력과 무기 모두 파키스탄보다 2배 가까운 양적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낡은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특히 고도의 정밀성을 자랑하는 파키스탄의 미사일은 인도의 공군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미국, 영국 등의 전면전 자제 촉구도 인도의 선택여지를 좁히고 있다.

▽우발적 핵 전쟁 가능성〓핵 전쟁 가능성도 역시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무기 통제가 느슨한 파키스탄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핵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영국의 더 타임스는 23일 파키스탄 측이 재래전에서 밀려 결국 핵무기를 사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영국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군부와 이슬람 세력의 힘이 막강해 정부의 핵 통제가 100%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파키스탄은 자국의 영토 주권, 내부 안보,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경우 치명적 위협으로 간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포괄적 핵 독트린을 채택하고 있어 언제 핵무기가 사용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90년 이후 4차례나 인도에 핵 위협을 가한 전력이 있다.

이에 비해 인도는 핵무기 선제사용은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인도의 경우 핵은 군사적 수단이라기보다 지역 내 라이벌을 겨냥한 정치적 수단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민간인 총리가 핵 통제권을 갖고 있는 인도와 군부가 핵을 거머쥔 파키스탄의 상황을 ‘힌두 폭탄’과 ‘이슬람 폭탄’의 차이로 비유했다.

영국 국제문제협회(RIIA)의 윌리엄 홉킨슨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몰리게 되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양국이 전술핵을 사용할지, 전략핵을 상대방 국가의 수도에 떨어뜨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카슈미르 분쟁 일지
1947. 8인도와 파키스탄, 영국식민지에서 분리독립
카슈미르 호족 하리 싱, 인도령으로 편입 결정
1948. 51차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
카슈미르, 인도령(3분의 2)과 파키스탄령(3분의 1)으로 각각 분리
1962인도-중국-파키스탄 국경분쟁
카슈미르 지역의 19%, 중국령으로 편입
1965. 8 2차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
1971.123차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
1972카슈미르 통제선(LOC) 확정
1988. 8인도령 이슬람교도 분리독립 추진
2001. 7 인도-파키스탄 정상회담. 카슈미르분쟁 합의 실패
2001.12 이슬람 게릴라, 인도 국회의사당에 총기 난사
2002. 5 인도-파키스탄 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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