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가다]<8>월드컵은 기회다

  • 입력 2002년 5월 8일 17시 17분


《올 2월 시즈오카(靜岡)현 이와타(磐田)시 이와키 신용금고는 “이와타시 주변 지역의 월드컵 경제 효과가 100억엔(약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관광객 응원단 보도진 등 외부인 숙박비가 9억9000만엔, 교통비와 식음료비 등이 38억2000만엔, 월드컵 관련 상품 구입비가 1억7000만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월드컵이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본 것.》

이바라키(茨城)현은 773억엔, 사이타마현은 172억엔, 요코하마(橫濱)시는 257억엔, 니가타(新潟)현은 1300억엔, 미야기(宮城)현은 366억엔 등 일본의 월드컵 경제 효과는 모두 3조3049억엔(약 33조490억원)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렇듯 ‘큰 눈’으로 내다본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더라도 월드컵은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 모두에 소중한 기회다. 개최 도시에 따라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돈을 주고 휘장사용권을 따내 적절히 활용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일본의 전통을 활용한 상품도 한 예. 러시아의 훈련 캠프인 시즈오카현 시미즈(淸水)시에서는 지난해부터 축구공 모양의 김밥을 출시해 이 지역의 명물이 됐다. 오이타(大分)현에서는 1200년전 일본 귀족의 모습을 담은 전통 인형 마타로(眞名呂)가 축구를 하는 상품을 만들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대표팀의 상징인 까마귀가 새겨진 부적이 “일본 대표팀의 활약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일본축구협회의 허가를 얻어 가나가와(神奈川)현 등지의 신사(神寺)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자가 쓰인 셔츠와 신발도 외국인들을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월드컵 공식 전통주도 관심을 끈다. 요코하마시가 있는 가나가와현에서는 축구공 모양의 용기에 담긴 일본주를 팔면서 “결승전 개최지 요코하마를 기념합니다”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사이타마, 니가타 등 일본 전역에서 20여종의 ‘월드컵 술’이 출시됐다. 월드컵 명품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오이타현 벳푸(別府)시 스기노이호텔 레스토랑은 점심 메뉴에 아보가도를 쓴 타코스(멕시코), 맥주를 넣은 비프스튜(벨기에), 양고기 꼬치 카프타(튀니지) 등 월드컵 출전국의 요리를 선보였다. 후쿠로이(袋井)시에서는 19일 역전 상가에서 ‘월드컵 출전국 요리 즐기기 야시장’을 열 예정이다.

월드컵 마케팅은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은 월드컵을 이용해 내 고장 알리기를 통한 도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단 도시 마케팅이 성공하면 월드컵 이후에도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특산물 판로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후쿠로이시는 ‘후쿠로이 알리기 날’을 정해 대대적인 대외 홍보에 나섰다. 후쿠로이시는 특산물인 멜론의 판촉 행사인 ‘크라운 멜론 축제’를 올해는 ‘월드컵 버전’으로 바꾸기로 했다. 시즈오카현도 월드컵 경기장까지의 진입로 양쪽에 시즈오카의 특산물인 녹차와 후지산 사진을 전시,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지역’과 ‘상품’을 홍보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시는 시내 88개 온천을 모두 돌아본 사람에게 ‘명인’ 자격증을 수여하고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바라키현 가시마(鹿嶋)시는 시 홈페이지(http://city.kashima.ibaraki.jp)를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등 8개 국어로 만들었고 요코하마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고호쿠(港北)구는 홈페이지(www.city.yokohama.jp.me.kohoku)에서 경기장 전개도를 다운받아 종이로 경기장 모형을 접을 수 있게 만들어 수만명이 접속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의 훈련 캠프인 시미즈시 월드컵 추진본부 직원 미야기시마 세이야(宮城島淸也·32)는 “러시아가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면서 “러시아의 성적이 좋을수록 시미즈시의 명성도 올라가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러시아가 맞붙었을 때 조국인 일본의 승리는 큰 기쁨이지만 러시아의 승리도 또 다른 기쁨이라는 것이다.

▼오이타현 ‘카메룬 도시락’▼

“고레와 카메룬 벤토데스.”(이것이 카메룬 도시락입니다.)

일본에선 도시락이 월드컵 관광상품으로 인기다. 날개돋친 듯이 팔린다.

카메룬팀 훈련 캠프인 오이타(大分)현 나카쓰에(中津江)촌의 긴잔(金山) 관광관리소 요리장 구로키 쓰요시(黑木强·42)는 ‘카메룬 도시락’을 개발했다.

밥에 빨강 파랑 노랑의 감미료를 쳐 카메룬의 삼색 국기를 형상화하고 계란으로 별을 만들어 붙인 이 도시락은 ‘일본풍 도시락+프랑스식 닭고기+아프리카식 파이+오리엔탈 소스’로 이뤄진 ‘작품’이다.

여기에 카메룬 향신료, 오이타 특산물, 바나나 등으로 만든 수프가 곁들여진다.

쓰요시는 일본 간장에 한국 고추장, 동남아 양념을 버무려 프랑식 닭고기에 뿌리는 ‘퓨전 소스’를 개발할 정도로 이 도시락에 정성을 쏟았다.

그는 “내 고장에 오는 카메룬 팀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이역만리를 날아온 선수들이 고향의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메룬 도시락’은 가격이 600엔(약 6000원)으로 재료비가 많이 들어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지만 쓰요시는 월드컵 기간중 손해를 감수할 생각이다.

재일교포 강융지(姜隆志·28)씨는 “‘카메룬 도시락’의 맛이 독특해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 번쯤 먹어보는 관광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공식신문’ 아사히 나카무라 사무국장▼

일본 신문 중에서 월드컵과 한국관련 기사를 가장 많이 게재하고 있는 것이 이번 월드컵의 ‘공식 신문(Official newspaper)’인 아사히신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 신문’을 인정한 것은 월드컵 역사상 아사히신문이 처음이다.

아사히는 2000년 11월 10억엔이 넘는 거금을 들여 ‘공식 신문’의 권리를 따냈다. 내부적으로는 “공식신문이 되면 보도과정에서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나카무라 구니유키(中村邦之·58) 월드컵 사무국장은 “한일 공동개최의 의미를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젊은 독자들에게 아사히도 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채산성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권리취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사히는 공식신문의 권리를 살려 월드컵 카운트다운 배지 기증, 10개 개최지 순회심포지엄 개최, 수백회에 걸친 지역별 슛대회 등 ‘공격적인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나카무라 사무국장은 “비록 ‘중간평가’이긴 하지만 권리취득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말한다.

한일관계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대학생의 취직희망기업 조사에서도 아사히는 지난해 21위에서 올해 11위로 올라서며 신문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신문광고량이 10∼15%가량 줄어드는 불황 속에서도 아사히의 광고수주는 호조다.

대회 기간 중에는 개최지 10곳과 도쿄(東京) 나고야(名古屋) 후쿠오카(福岡) 등 13곳에 ‘뉴스 스퀘어’라는 거점을 만들어 일본 개최전 44게임의 결과를 인터넷과 호외발행 등을 통해 신속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아사히는 ‘최초의 월드컵 공식신문’에 만족하지 않고 ‘성공한 공식신문’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특별취재팀>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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