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일 헌법제정 55주년…유사법제 찬반시위 공방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06분


일본이 3일(헌법기념일)로 헌법제정 55주년을 맞았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개헌파’와 ‘호헌파’가 집회를 갖고 공방을 벌인다. 초점은 전쟁포기와 군대 보유금지를 명시한 헌법 제9조의 개정 여부.

개헌파는 “주권국가로서 헌법을 개정해 자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호헌파는 “9조는 전쟁패전국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국제적 약속이며 일본의 자랑거리”라고 반박한다.

이런 논란은 올해 더욱 심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테러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테러대책 특별법’을 만들어 자위대를 파견하고 4월에는 유사시 대처에 관한 ‘유사법제’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아시아지역에서의 군사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측에 집단자위권의 인정과 유사법제의 조기 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개헌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도쿄(東京) 히비야(日比谷) 공회당에서는 노동계 및 시민단체 회원 3500여명이 모여 ‘살리자 헌법, 높이 올리자 9조, 용서 못한다 유사법제’라는 헌법개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지난달 25일자 동아일보에 헌법개정 및 유사법제 반대를 주장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한 ‘여성의 헌법년(憲法年)연락회’도 참석했다. ‘연락회’에는 신일본부인회, 전국노조총연합 여성부, 일본부인단체연합회 등 35개 단체와 111명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광고 비용은 ‘연락회’의 취지에 찬동하는 일반인들로부터 모금했다. 이 단체는 “일본에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동아일보에도 광고를 싣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21세기의 일본과 헌법’이라는 단체는 공개포럼과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우리들은 현재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정 논의는 정치권이 아니라 주권재민원칙에 따라 국민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안보관의 확립이야말로 시대의 요청”이라며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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