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제는 동남아다”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10분



미국이 대(對)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관계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지난주 말부터 약 600명의 미 군사고문단이 무슬림 반군과 싸우고 있는 필리핀군과 합동게릴라전에 돌입한 것을 들 수 있다. 미군의 군사고문 활동은 테러분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미군 개입을 확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은 또 베트남전쟁 당시 구축했던 캄란만 기지 사용을 위해 교섭 중이다. 미군은 이와 함께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과도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 분쇄를 위한 군사협력 증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 의회는 최근 동남아 각국 군 장교들을 위한 대테러훈련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으며 중앙정보국(CIA)도 동남아 국가의 테러 대응팀 및 정보요원들에 대한 무장과 훈련을 조용히 시작하고 있다고 미 관리들이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 같은 아시아 군사협력 강화 기조와는 대조적으로 보스니아에 투입된 미 평화유지군을 3분의 1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서남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이미 긴밀한 군사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은 아프간전쟁이 사실상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에서 미군 주둔을 장기화할 태세다. USA투데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말 키르기스스탄에 200여명의 미군을 투입해 수도인 베슈케크 인근에 공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 및 유전지대인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요충지여서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미군 주둔 현황은 미국 역사상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군의 아시아 진출은 ‘중국 포위’라는 의도를 숨기고 있어 향후 아시아 패권을 둘러싸고 미중간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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