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黨대회 관전포인트]리펑 순순히 물러날까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22분


중국의 당 서열 2위인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상무위원장은 순순히 권좌에서 물러날 것인가.

리 위원장의 퇴진 여부가 올 가을에 열리는 제16차 당대회 권력투쟁의 ‘관전 포인트’라는 흥미있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제16차 당대회에서 자신을 비롯한 제3세대 지도부가 퇴진하고 후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천명해왔다. 그동안 장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자신들의 퇴진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그러나 리 위원장은 지금까지 은퇴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한번도 없다. 이 때문에 리 위원장이 순순히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콩 중원(中文)대학의 우궈광(吳國光·정치학) 교수도 최근 홍콩 경제신보에 기고한 글에서 “리 위원장이 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지시하고 또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가족 부패 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을 우려해 권좌에서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리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최근 후 부주석 계열 인사들과 리 위원장 측근들 간의 노선투쟁도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 위원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는 뤄간(羅幹) 국무위원 겸 당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해 전인대 개막 직전 열린 선국 정법위원회 서기 회의에서 ‘6·4 톈안먼 사태 재평가 선동’은 ‘긴밀히 주의해야 할 8대 사안’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차세대 트로이카로 예상되는 후 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당조직부장,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 등 정치개혁성향의 새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 중앙에서 ‘동란’으로 규정한 ‘6·4 재평가’ 문제를 통해 신진 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킴으로써 최근 안팎에서 일고 있는 리 위원장에 대한 문책론을 희석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이종환 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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