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게이트’ 일파만파… 부시 핵심人脈 줄줄이 연루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00분



【엔론사태는 이제 시작이다. 미 언론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임기 8년 내내 따라다녔던 화이트워터 사건보다 폭발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게는 공화당, 좁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공화당의 핵심 인맥이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론이 미 재계 순위 7위의 기업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의회의 ‘텍사스 인맥’이, 파산으로 급전직하하던 과정에서는 백악관과 행정부의 부시 충복들이 연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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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론사 어떤 기업인가

98년 당시 상원금융위원회 위원장이던 텍사스출신의 필 그램 의원은 엔론의 에너지 파생상품 선물거래에 대해 연방정부의 감독을 면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램 의원은 89년 이후 엔론으로부터 모두 9만7350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으며 연방정부 관료 출신인 부인 웬디 여사(한국계)가 93년부터 이 회사 이사로 일해왔다.

하원에서는 역시 텍사스출신의 톰 들레이 원내수석부총무가 초점이다. 하원 공화당 서열 3위이지만 하원의장을 좌지우지하는 최대 실력자인 그는 엔론으로부터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17만8900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급성장한 엔론은 지속적으로 공화당성향의 인물들을 핵심인맥으로 관리해왔다.

엔론 사태 일지
1985년 7월휴스턴 천연가스와 인터노스의 합병으로 엔론 탄생
2000년 9월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 조지 W 부시 대선캠프에 29만달러 헌금
2001년 1월레이 회장, 부시 진영의 대통령직 인수팀원으로 임명
2001년 11월엔론, 5억6700만달러에 달하는 순익 부풀리기 시인
2001년 11월다이너지와의합병협상결렬
2001년 12월 2일엔론 파산신청, 주당 80달러까지 치솟던 엔론 주가 폭락 시작
2002년 1월 2일미 상원, 엔론사 파산경위 및 로비의혹 진상조사 착수
2002년 1월 10일미 법무부, 엔론파산 의혹 조사중임을 확인
2002년 1월 11일부시 대통령, 엔론의혹 전면조사 선언
2002년 1월 24일엔론사 파산경위와 로비 의혹 관련 첫 미 의회 청문회 예정

대표적인 인물은 칼 로브 정치특보. 그는 10만~25만달러로 추산되는 엔론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엔론의 파산직전 엔론의 주요임원들과 함께 일부 주식을 매각, 6만8000달러를 챙겼다. 딕 체니 부통령의 수석비서관인 루이스 리비도 엔론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출신인 로버트 죌릭 백악관 무역담당비서관도 엔론의 고문으로 있었다.

국가경제회의 의장을 겸하고 있는 로렌스 린지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던 자문 회사인 이코노믹 스트레터지스 를 통해 엔론으로부터 5만 달러의 자문료를 챙겼다. 엔론은 파산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다급해지자 지난해 10월28일과 11월8일 폴 오닐 재무장관과 돈 에반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구제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져 두 장관의 비호여부가 의혹을 받고 있다. 엔론사태가 발생한지 49일만에야 수사를 개시한 법무부의 존 애쉬크로프트 장관도 비호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상원의원시절 2만5000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백악관은 장관들이 엔론을 비호한 사실이 없으며 부시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예일대 동기동창이자 오랜 친구인 에반스가 과연 부시의 최대 후원기업인 엔론의 운명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엔론으로부터 지금까지 모두 62만3000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아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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