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4大 의혹

  • 입력 2002년 1월 11일 17시 56분


엔론 사건의 조사 초점은 크게 4가지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루 여부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엔론사건에 개입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도 10일 자신의 연루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①부시대통령 알았나 몰랐나▼

공직자 감시기구인 공직자청렴센터(CPI)는 부시 대통령이 2차례의 주지사 선거 및 대선 과정에서 케네스 레이 엔론회장으로부터 62만3000달러를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이 액수는 부시 대통령에게 기부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한때 레이 회장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위원장으로 고려한 적도 있다. 두 사람 사이가 ‘보통 관계’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이 빌 클린턴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게이트’ 사건보다도 더 폭발력이 클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②행정부 어디까지 개입했나▼

백악관 및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엔론사 비호여부도 조사대상이다.

딕 체니 부통령과 애슈크로프트 법무, 폴 오닐 재무, 돈 에번스 상무장관 등이 비호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법무부의 수사지휘라인에서 배제됐다.

투자자와 직원들의 주가 손실도 조사대상이다.

법무부는 엔론사가 경영이익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속이고 주가가 폭락하는 기간에도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매각하지 못하도록 해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 조사중이다.

엔론사는 이미 97년부터 5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과다계상했음을 시인했다. 지난해말 80달러였던 엔론사 주가는 현재 1달러 이하다. 투자자와 직원들이 손해를 보는 사이 엔론사 임원들은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10억달러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③회계감사기관과 서로 짰나▼

엔론사와 회계감사기관인 앤더슨 LLP사의 유착여부도 관심사항이다.

2500만달러를 받고 2000년 회계감사를 해준 앤더슨사는 엔론사가 주요 수치들을 속였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앤더슨사가 엔론사 관련 회계 장부들을 상당수 파기한 것으로 확인돼 양사가 짜고 투자자를 속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④에너지정책 입안 로비했나▼

이 밖에도 에너지 정책 입안과정에서 엔론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엔론사 파산과정에서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의혹들은 이처럼 산적해 있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이 상원의 서류 제출 등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데다 서둘러 착수한 법무부와 노동부의 조사 역시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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