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파산한 미 최대의 에너지 기업 엔론에 대해 의회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회사 간부들이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 정경유착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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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는 깨끗할까 |
이에 따라 법무부는 9일 이 회사가 파산에 이른 경위 등을 수사하기 위해 본부의 형사사건 담당 부서와 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의 검찰 등으로 특별 수사팀을 구성키로 했다. 미국이 단일 기업의 회계에 관한 범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 연방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민주당 중심의 상원 행정위 특별조사위원회는 8일 백악관으로부터 체니 부통령이 엔론 총수 등 간부들과 6차례 만났다는 시인을 받아냈다. 체니 부통령은 엔론의 심각한 재정상황이 처음 공표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10일까지 엔론 측과 접촉, 에너지정책 등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회는 엔론 관계자 49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 1단계로 이들에 대한 청문회를 끝내면 2단계로 체니 부통령 산하 에너지 태스크포스팀, 3단계로 백악관과 행정부 내의 엔론 인맥을 차례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회는 체니 부통령이 지난해 접촉한 에너지업계 인사들의 명단 제출을 백악관이 계속 거부함에 따라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의 대표적인 엔론 인맥으로는 래리 린지 경제수석보좌관과 칼 로브 정치특보가 거론되고 있다.
린지 보좌관은 한때 엔론에 근무하면서 5만달러의 급료를 받은 적이 있고 조지 W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든 선거의 귀재다. 로브 특보는 지난해 기업 친화적인 에너지정책이 입안된 뒤 엔론 주식을 6만8000달러에 팔았다. 이 회사 주가는 1년 전 주당 85달러였으나 현재는 1달러에도 못미친다. 로버트 졸릭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엔론에 근무한 적이 있다.
물론 최종 타깃은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다. 부시 대통령은 엔론으로부터 50만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