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게스 사 대통령 사임]아르헨 무정부 상태로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58분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의 이기심이 나라를 끝없는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사임은 라디칼당의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임 대통령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대권을 장악하려는 페론당 내부의 치열한 정치적 내분의 결과.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임기는 델라루아 전 대통령의 잔여임기(2003년 12월 31일)를 채울 새 대통령이 선출되는 올해 3월 3일까지였다. 그러나 그는 ‘징검다리’ 대통령직에 만족하지 않고 임기를 2003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려다 당 내부의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였던 코르도바주의 마누엘 델라소타 주지사와 산타크루스주의 네스토르 커치너 주지사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두 주지사는 델라루아 대통령의 사퇴로 야당이 된 라디칼당이 당초 페론당에 2003년 12월 31일까지 정부를 넘겨주겠다고 했음에도,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임기를 올 3월 3일까지로 제한한 장본인들.

반면 페론당의 자문위원장인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아르헨티나 헌법상 2003년 12월 31일까지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묶여 있기 때문에 당내 유력 경쟁자의 대권장악을 우려해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지지해 왔다.

이 같은 내분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휴양도시 차파드마랄에서 열린 페론당 소속 14개주 주지사 경제 긴급대책회의. 이 자리에 델라소타와 커치너 두 지사를 포함, 9명이 불참함으로써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에 대한 당내 지지가 고갈됐음이 드러났다.

정치인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라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새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거리로 나와 다시 폭동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같은 달 29일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의 내각이 전원 사임함으로써 ‘무정부상태’가 시작됐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로드리게스 사 대통령이 한 달에 1000달러 이내로 예금인출을 제한한 조치를 바꾸지 않았고, 내각에는 부패한 정치인을 기용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예금인출을 1000달러 이상 허용할 경우 대다수 은행이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무정부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차기 대통령의 임기 문제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돼 있다. 델라소타 주지사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투표”라면서 “하루속히 대통령선거를 실시해 정치적 구심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3개월짜리의 임시 대통령이 아니라 정식 대통령만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지금 당장 대선이 실시되면 페론당 내에서만 7명의 후보가 난립해 경제 위기는 뒷전인 채 온 나라가 선거판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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