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 날개 달다]"빗장 풀렸다" 다국적 기업 투자 봇물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9시 01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맞춰 다국적 기업들의 자본이 빠르게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독일의 거대 제약회사인 바이엘은 1일 상하이(上海)에 코팅 원료와 열가소성(熱可塑性) 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키로 중국측과 계약했다. 2008년 완공 계획으로 모두 31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중국 대륙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겨냥하고 있다.

독일의 다른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상하이와 난징(南京)에 연구센터와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전자통신 메이저인 지멘스그룹도 구이저우(貴州)에서 광둥(廣東)성에 이르는 고압전류 송전프로젝트에 3.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중국 국가전력공사와 계약했으며, 롄허(聯合)통신 다탕(大唐)전신 등에도 1억달러의 합작투자를 약속했다.

독일 기업들의 이같은 투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1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을 때 일괄 체결된 것. 당시 슈뢰더 총리를 수행한 47명의 독일 기업인들은 총 81억달러의 대중국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대중(對中) 투자 총액과 맞먹는 액수다.

프랑스의 통신회사 알카텔은 지난달 하순 교환기 제조업체인 상하이벨의 지주회사가 된 데 이어 대형 냉동화학물질 제조업체인 상하이바링(上海貝嶺)의 주식도 대거 인수했다.

자동차 타이어 및 윤활유 분야의 메이저인 미쉐린은 최근 중국의 룬타이(輪胎)고무와 합작, 아시아 최대의 타이어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서둘러 중국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향후 중국의 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의 투자보호 법규 및 세수제도 미비, 노동력의 이동 제한 등은 대중국 투자 진출의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WTO 가입과 더불어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국내의 모든 법과 관행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시장 개방 일정이 발표됨에 따라 그동안 폐쇄됐던 유통 금융 정보통신 분야의 세계 메이저들도 속속 중국 상륙 채비에 나섰다. WTO 가입과 동시에 개방되는 철도운송 분야에는 미국과 캐나다의 업체들이 이미 중국측과 협상중이며, JP모건 등 증권 금융 분야 메이저들도 합작회사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중국은 WTO 가입시대를 맞아 ‘다국적 기업들의 대륙 분할’을 부추기며, 발전의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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