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선거]민주당 아성서 블룸버그 돌풍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9분


‘경제계 거물 마이클 블룸버그의 정계 진출은 성공할 것인가.’

테러참사로 어수선한 미국 뉴욕시의 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공화당의 블룸버그 후보가 막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6일(현지시간·한국 시간 7일) 실시되는 뉴욕시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블룸버그 후보와 민주당의 마크 그린 후보는 각각 42%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백중세를 보였다. 불과 열흘 전 여론조사에서 16%포인트 이상 뒤졌던 블룸버그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공화당을 5 대 1로 압도하고 있는 뉴욕시에서 블룸버그 후보의 약진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블룸버그 후보가 승리할 경우 뉴욕시 사상 처음으로 공화당 출신이 두 번 연속 시장에 오르는 기록을 낳게 된다.

블룸버그 후보 지지도는 테러참사 후 인기가 치솟은 루돌프 줄리아니 현 뉴욕시장이 지난달 27일 지지를 표명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후보는 줄리아니 시장의 지지 표명 사실을 선거용 광고와 웹사이트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5일 유세에서 줄리아니 시장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줄리아니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씨가 공화당 후보이지만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뉴욕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래 민주당원이었다가 이번 선거를 위해 공화당으로 이적한 블룸버그 후보는 사형제도 반대, 낙태 지지, 동성애자 법적 보호, 총기소지 규제 등 민주당 성향의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지난해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는 등 중도 보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블룸버그 미디어 왕국’을 거느린 블룸버그 후보의 막대한 자금력도 조직적인 선거전을 전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82년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에서 해고된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금융정보 회사, TV 라디오 방송, 잡지사, 인터넷사이트 등을 설립해 큰 성공을 거둔 블룸버그 후보는 6000만달러의 사재를 선거전에 쏟아붓는가 하면 대통령 후보들이나 기용할만한 초일류급 선거 참모들을 대거 영입해 재력을 과시했다.

반면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뉴욕시 공익옹호관으로 재직 중인 민주당의 그린 후보는 9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쓰는 데 그쳐 자금동원 면에서 열세에 놓여있다.

선거를 열흘 앞두고 블룸버그 후보의 약진에 허를 찔린 그린 후보는 5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프 리버맨 전 부통령 후보,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민주당 거물들을 대거 동원한 막판 유세를 펼쳤다.

그린 후보는 또 인신공격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후보의 성차별 제소 전력을 들추는 선거광고를 전격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린 후보측은 이 광고에서 블룸버그 후보가 과거 임신 여직원에게 낙태를 강요해 성차별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는 15% 정도의 부동표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블룸버그 후보가 막판에 터져 나온 성차별 소문을 성공적으로 잠재울 경우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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