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한달째]빈 라덴 아직 못찾아 전쟁 장기화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7분



미국은 4일 B52 폭격기 65대를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타지키스탄 국경 부근의 탈레반 전방 진지에 100여발의 폭탄을 집중 투하했다.

미국이 이달 들어 전격적으로 B52 폭격기를 동원한 것은 7일로 한달째를 맞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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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2 폭격기는 다량의 폭탄을 적재하고 이를 고도에서 투하함으로써 넓은 면적에 무차별 융단폭격을 가한다. 21세기 미국의 첫 전쟁에 50년대 제작된 구식 폭격기까지 동원된 것은 한달여에 걸친 수색에도 불구하고 아직 테러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와 탈레반의 핵심 공격목표에 대해 아직 미국이 ‘오리무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영국 BBC 방송은 4일 분석했다.

장기전 징후는 4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두번째 순방에 나서고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지상군 전력을 3∼4배로 늘리기로 했다”면서 “이번 전쟁은 긴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발언한 대목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이 혹한의 동절기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17일 시작된다는 불리함 속에서도 장기전 체제에 돌입한 것은 당초 우려대로 지난 한달동안 지형이 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소규모적이고 기동성을 갖춘 테러범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크게 기대를 걸었던 반군 북부동맹이 큰 전과를 올리지 못한 것도 장기전의 한 원인이 됐다. 북부동맹은 전략요충지 마자르이샤르프를 점령한다고 공언해 왔으나 한달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북부동맹 영토에서 활동하던 반군 지도자 압둘 하크 장군이 처형되면서 미국의 군사작전에 차질이 빚어졌다.

장기전에 돌입할 경우 탈레반의 움직임은 둔화되는 반면 미국의 첨단 적외선 무기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신중론이 우세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장기전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10∼20명의 특수부대 공격에 주력하면서 최근 불붙고 있는 반(反) 탈레반 봉기를 자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이슬람권의 비난을 면하고 미국내 ‘제2의 베트남전’의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탈레반에 재충전을 허용하지 않는 일석삼조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

장기전이 되면 미국의 공격은 아프가니스탄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으로 급속히 번져나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확전에 나설 경우 다음 공격 목표는 테러범들이 도피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말리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4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은 빈 라덴의 배후조직인 알 카에다의 소말리아내 거점과 활동 방법에 대한 검토를 이미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경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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