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한달째]탈레반 “이 정도론 끄덕없다”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7분


“아직 전쟁은 시작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과의 ‘진짜 전쟁’을 기다리고 있다.”

한 달간에 걸친 집요한 공습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은 ‘대미 항전’의 기세를 높이고 있다.

전쟁 초기 집중 공습에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탈레반 측의 한 외교관은 최근 “신의 보호 덕분에 무하마드 오마르 사령관과 빈 라덴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며 두 사람의 근황을 전했다.

“과거 소련과 싸워 이겼듯이 이번 전쟁도 결국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는 오히려 ‘지하드(성전)’에 동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몰려드는 수천명의 이슬람인들을 만류하는 실정.

최근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부근의 동굴에 은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던 빈 라덴은 3일 알 자지라 방송에 여유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탈레반 역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다 죽어도 빈 라덴을 인도하지 않겠다”며 강한 보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정황상 탈레반의 견고한 보호 아래 지하동굴 깊숙한 곳에 은신하고 있는 빈 라덴을 미국이 이른 시일 내에 생포 또는 사살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의 한 관리는 최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빈 라덴을 찾는 일이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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