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는 테러분자 소행” 공식발표…CIA서도 검출 충격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22분


미국 의회 의사당과 백악관에 이어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군 의학연구소에서도 탄저균이 검출돼 미 전역이 ‘탄저균 공포’에 휩싸이자 마침내 정부 당국도 이번 사태가 테러에 의한 것임을 공식 인정하고 나섰다.

미 CNN방송은 최근 2명의 직원이 호흡기 탄저병으로 사망한 워싱턴 브렌트우드 집배소에서 우편물을 수령하는 CIA의 우편물실에서도 탄저병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미 육군 의학연구소 대변인도 이날 “메릴랜드 주 실버스프링에 있는 월터 리드 군 연구소의 우편물실에서 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며 “우편물실 직원들을 상대로 탄저균 노출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의 우편물이 탄저균에 감염돼 2명이 숨진 워싱턴의 브렌트우드 집배소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워싱턴 시내의 국무부 본청사와 멀리 떨어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국무부 우편물 처리실의 직원 한 명이 탄저균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내 탄저균 감염자는 13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숨졌다.

미 당국도 그동안의 미온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이번 사태가 테러분자의 소행에 의한 것임을 공식 확인하며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은 25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테러분자들이 탄저균을 무기로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상원 톰 대슐 민주당 원내총무에게 우송된 편지에서 발견된 탄저균 포자는 조사결과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발견된 것보다 매우 순수하고 농축돼 있으며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미 전역의 보건기관들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과학자들은 이번에 우편으로 배달된 탄저균의 출처는 이라크와 체코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USA투데이지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과학자들이 다른 나라의 생물학 무기에서 추출한 탄저균의 표본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평가를 내렸으나 검사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테러에 사용된 탄저균이 제3국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미국 내에서 생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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