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反테러' 갈등

  • 입력 2001년 10월 6일 19시 10분


미국이 반(反) 테러연합을 구축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아랍 포용 정책이 이스라엘을 자극하면서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수뇌부는 4일과 5일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연 사람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아랍권의 환심을 사려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샤론 총리는 이어 1938년 유럽 강대국들이 뮌헨회의에서 독일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나치정권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를 점령하는 것을 묵인해 준 역사적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스라엘은 그 같은 유화정책에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만 의지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샤론 총리의 발언은 50여명의 이스라엘인이 탄 러시아 여객기가 흑해 상공에서 공중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격앙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행보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만이 그대로 담겨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5일 다각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샤론 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미국보다 더 강력하고 나은 우방을 가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전화로 그 같은 메시지를 샤론 총리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공격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랍권 포용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빨리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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